사진은 기사와 무관. [123RF]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일본의 장기 불황이 일본인들의 해외 이민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 10명 중 6명 이상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기에는 일본 내 남녀 불평등에 따른 불만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일본 외무성 자료를 인용해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며 영주권을 얻은 일본인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해외에서 체류 중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은 57만4727명이다. 전년보다 3% 늘어난 값으로 역대 최대치다. 닛케이는 영주권 취득자가 최근 20년간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영주권 취득자의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상승세였다. 해외에 3개월 이상 체류하며 일본으로 귀국할 의향이 있는 영주권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2023년 간 감소했다.
해외 체류국에서 영주권을 얻는 일본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주한 지역은 북미(48.7%)였다. 이어 서유럽(16.9%), 호주 등 대양주(13.6%) 순이었다.
닛케이는 일본에서 해외 이민이 느는 것은 사회보장 개혁이나 남녀 평등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장기적 불안감에 따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멜버른대 설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실시한 일본인 이민자 인터뷰 조사에서 대상자의 90% 가까이가 경제에 대한 장기적 불안을 이민의 이유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닛케이와 아사히신문 등은 15일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의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명목 GDP는 특정 국가가 창출하는 생산과 서비스 등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국가간 경제 규모를 비교할 때 쓰는 대표 지표다. 오랜 기간 미국이 1위였으며, 중국이 2위로 따라왔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 GDP는 다음 달에 발표되는데, 실제 수치는 독일을 밑돌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55년 만에 독일의 명목 GDP 순위가 일본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서게 된다.
해외 영주권을 얻은 일본인 중 62%가 여성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멜버른대의 오오이시 나나 사회학과 부교수는 “해외에서 국제 결혼한 일본인의 70%가 여성”이라며 “해외가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독신 여성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22.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 평균의 2배 수준이다.
아울러 자녀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이주하는 육아세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외 이민자 수가 계속 오름세일지는 불확실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사사이 사토시 후쿠이현립대 인구학 교수는 “유학이나 기업 주재 등으로 일본인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