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건축왕에 사기죄 법정 최고형 징역 15년 구형

[연합]

[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축왕 A(62)씨에게 법정 최고형이 구형됐다.

인천지방검찰청은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전세 사기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에게도 징역 7~1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범행을 부인 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A씨는 자금경색으로 인해 대출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피해자 191명을 속여 전세보증금 148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천명 이상의 세입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마치 저렴한 전세보증금을 받으며 자선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사업 구조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범행을 이어왔다"며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지시와 함께 성과급까지 받으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 피해자는 사회초년생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으로 어렵게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잃게 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부동산 시장 신뢰도 완전히 무너져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에게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A씨 등의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다"며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등의 다른 변호인도 "재판도 하기 전에 피고인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수렁에 밀어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사랑하는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1년여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91채의 전세 보증금 148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563채) 가운데 148억원만 이날 재판에서 다뤄졌으며, 추가 기소된 나머지 305억원(372채)과 관련한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대금 40억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 받는다.

그는 횡령한 공사대금을 메꾸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보증금 미지급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2∼5월에는 A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검찰은 국내 전세사기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A씨 일당에게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했다.

A씨는 앞서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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