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로보월드 2023’에서 산업용 협동 로봇이 시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김민지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자사의 산업 현장 일선에 ‘K-로봇’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K-로봇 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정상권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 산업 현장에서도 로봇을 활용한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검증 작업이 빠르게 이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서 국내 물류 로봇 기업인 힐스로보틱스와 로봇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토요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에 AI(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플랫폼인 ‘로로봇’ 32대를 수출한 이후, 추가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힐스로보틱스가 납품한 로로봇은 현장에서 라인당 4대씩 총 8대 라인에 투입된 바 있다. 힐스로보틱스가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자동화 정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 박명규 힐스로보틱스 대표는 “토요타자동차와는 단건의 로봇 공급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면서 “다른 완성차 제조사와도 현재 로봇 납품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서울로보틱스의 경우 독일 BMW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산업용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물류 구역에서 움직이는 운반 기계들이 운전자 없이도 자율주행으로 물건을 운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의 골자다. 현재는 독일 뮌헨 인근의 BMW 딩골핑 공장에서 하루 1000대 이상의 차량이 자율주행 기술로 물건을 운반하고 있다. 그 외 다수의 아시아 완성차 업체들과도 기술 도입을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현장의 로봇 밀도(노동자 1만명당 로봇대수)와 관련해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세계 로봇공학’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산업현장에서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1012대에 달했다. 2위 싱가포르(730대)와 3위 독일(415대)을 큰 폭으로 따돌린 성적으로, 이번 집계에서 로봇 밀도가 네 자리수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의 로봇 밀도가 월등히 높았다. 국내 자동차산업 현장에서의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2867대로 산업용 로봇 평균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한국의 경우 노조 이슈 등으로 완성차 생산 현장에서 로봇 도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산업용 로봇 도입 수준에서 유달리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자동차 공룡들이 우리 로봇업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는 “국내 산업현장에 물건을 납품하거나, 국내 업체와 협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외 시장에서 물건을 납품하는데 좋은 포트폴리오가 되곤 한다”면서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세계적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우리 산업용 로봇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진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편 우리 로봇 산업은 세계적으로 5위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로봇연맹 집계에 따른 한국의 전 세계 로봇 생산 시장 점유율은 4.7%로, 일본(44.7%), 중국(16.2%), 독일(4.8%)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특히 연구개발(R&D)이나 생산, 애프터마켓(A/S) 서비스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