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내 반미감정 급증…이라크 총리 “미군 이제 필요없다”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벌이는 전쟁의 여파로 중동에서 반미감정이 급증하는 가운데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가 이라크에서의 미군 주둔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알수다니 총리는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어졌다고 믿는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과의 관계 재편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국제 동맹국의 철수하더라도 이라크군의 역량이 약화할 것이라고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라크 전역을 통제할 수 있는 유능한 보안군을 갖췄고,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은 완전한 통제 아래에 있다.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2014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결성된 이라크 주둔 국제연합군은 미군 2500명과 미국의 동맹 20여개국 소속 병력 9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이라크 보안군에 대한 훈련과 병참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주둔은 테러단체 격퇴라는 명목적 사유를 넘어 중동 내에서 자국 세력을 지키기 위한 거점 유지 전략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알수다니 총리는 전세계 정·재계와 학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 16일 이뤄진 WSJ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전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겪고 있던 고통을 서방은 못 본 척했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제노사이드(genocide)’를 끝내기 위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를 겨냥한 미군의 드론 공격 역시 “이라크의 주권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직후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는 현재까지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과 국제 동맹군을 겨냥해 드론, 미사일 등으로 최소 55차례 공격을 가했다.

친이란 민병대의 공격이 잦아지자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난 4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부에서 드론 공격을 감행,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하라카트 알누자바 지도자인 무슈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를 제거하는 등 중동 군사개입을 강화해 반미 감정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제연합군의 일부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이라크군의 역량이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미군과 국제연합군이 섣불리 철수하면 IS의 재건 기회로 작용할 수 있고 중동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미 국가안보보장회의(NSC)는 지난 17일 WSJ에 보낸 이메일에서 “IS 격퇴를 위해 10년 전 구성된 국제연합군이 그동안 성공적인 활동을 한 만큼 (이라크와) 상호 조정으로 이행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만한 시점”이라면서도 “IS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협이며, 그 위협은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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