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개입할수도” 파키스탄과 충돌은 이란이 美에 던진 메시지? [커지는 중동분쟁]

이란과 파키스탄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직접 개입을 꺼리던 이란이 최근 파키스탄 공격에 나선 것은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미국 등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이란은 3개국에서의 공격으로 국내외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란의 이번 파키스탄 공습은 ‘만약 이란이 공습을 결정한다’면 누구라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조엘 레이번 전 미국 시리아 특사는 “이란의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며 “대리인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관여하려는 이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이란은 15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을 미사일로 공격하고, 시리아 이들리브주에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어 16일에는 파키스탄에 위치한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 발루치스탄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란이 연쇄적으로 인접국을 공격한 것은 우선 자국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

지난 3일 이란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후 이란 내부에서는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 왔다.

아울러 이란의 공습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비롯한 연대 세력을 공격하고 주요 인사를 암살하는 데 대한 반격으로도 풀이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라인스연구소의 캄란 보하리 선임소장은 “이란은 미국에 우리를 쫓아오면 혼란을 만들 수 있다고 전보를 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란과 파키스탄의 충돌로 이슬람권 내 종파적 갈등도 다시 부각됐다. 이란과 파키스탄은 둘 다 이슬람 국가지만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고, 파키스탄은 수니파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다만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중동 전체로 확대하려는 의지는 없어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의 중동 지역 안보보좌관은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파키스탄이 이란에 보복을 한 것은 이란군의 전투 예측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면서 “이란은 파키스탄을 화나게 만드는 것 말고는 얻은 게 별로 없다”며 확전 단계는 아니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이란이 공격 이유를 국한적으로 강조하는 등 해명에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WSJ는 덧붙였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파키스탄 공습에 대해 “테러 단체들을 겨냥한 공습이었다”고 해명하며 “우호적인 형제의 나라 파키스탄의 국민 중 누구도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의 표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WSJ은 “이란 정부가 파키스탄의 공습을 비난하는 한편, 양측은 그들의 관계를 형제간이라고 말하면서 침묵의 수사를 내놨다”며 “이는 양측의 충돌이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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