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못 하는 친구가 영어로 ‘정치인 김영삼’에 대해 이야기할 때 큰 충격을 받았죠. 저보다 할아버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고요.”
제22대 총선에 부산 서구·동구 지역 출마를 선언한 김인규(사진)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운을 뗐다. 한동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국제지역학을 복수 전공한 그는 ‘한국정치론’ 수업에서 자신이 몰랐던 ‘거산 김영삼’의 모습을 친구의 발표를 통해 알게 됐다.
이전까지 김 예비후보에게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규가 날 가장 닮았다”며 아껴주신 친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수업 이후 김 예비후보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겼고, 국회의원실 대학생 인턴 채용 공고를 보고 정치권에 처음 발을 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향한 가장 날선 비판은 ‘정치 금수저’란 지적이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 16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지적에 대해 “분야만 정치일 뿐,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1989년생인 김 예비후보는 “나이 서른넷인데 일반적인 청년들이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이 되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는 것처럼 저도 무급 대학생 인턴으로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다 밟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후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 정책 비서,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부대변인 등을 거쳐,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으로 2년가량 근무했다.
부산 서구·동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의원 시절 7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은 거제도에서 초선을 지내고 이후 부산 서구에서 의정 생활을 이어왔다. 김 예비후보는 “저는 원도심이 부산의 정체성을 잘 살리는 곳이라 생각한다”며 “할아버님께서 7선을 하신 곳이지만, 계속 낙후돼 있는 이곳을 제대로 발전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예비후보는 4월 총선의 시대정신으로 ‘386 운동권의 퇴진’과 ‘세대교체’를 꼽았다. 그는 “21대 국회는 한마디로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밖에 없었다”며 “저는 실무정치를 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고, 나이가 어려 이념적 관성에선 비교적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세력화와 연대를 통해 당을 건전하게 바꾸는 ‘정치적 디톡스’에 기여하고 하고 싶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