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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자포자기다. 반토막 손실은 기본인데,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만 10조원에 달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새해부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는 10% 넘게 급락하고 있는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홍콩H지수 약세 장기화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당장 지수가 반등할 모멘텀을 찾을 수 없어 투자자들의 손실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홍콩H지수는 연초 이후 11.12% 급락해 전 세계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건 홍콩 H지수가 거의 유일했다.
약세를 거듭했던 한국(코스피·-6.87%)은 물론,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상하이종합지수·-4.80%)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3.12%)보다도 낮았다.
홍콩H지수는 올해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했다. 중국이 부진한 부동산·내수 경기 지표를 발표한 17일에는 3.94% 급락했다.
홍콩H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만기 손실률도 60%에 육박하는 등 비상에 걸렸다.
ELS는 만기 상환일에 기초자산의 가격을 평가해 수익률을 확정하는데, 홍콩H지수가 떨어질수록 해당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원금 손실 규모도 커지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H지수 ELS 손실률은 최근 일주일 만에 5%포인트(p)가량 확대됐다.
이달 10일께 만기 평가일을 맞은 키움증권의 '제1528회파생결합증권(주가연계증권)'은 손실률이 51.72%였지만, 지난 17일이 만기일이었던 미래에셋증권[006800]의 '미래에셋증권(ELS) 29447'은 손실률이 56.05%로 확정됐다. 두 상품은 모두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 중 하나로 편입했다.
지난 16일이 만기 평가일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의 홍콩H지수 연계 'TRUE ELS 제13599회(스텝다운)'도 만기 수익률이 55.06%로 확정됐다.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ELS 만기 금액이 매일 수백억원씩 예정돼 있지만, 지수가 반등할 만한 호재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ELS는 1월에만 일평균 483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으며, 2∼3월에는 만기 상환 예정 금액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날도 있다.
상반기(1∼6월) 만기 상환 금액은 10조원 수준이며, 월별로 보면 4월이 2조5553억원으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중화권 증시 부진은 미·중 갈등 장기화와 중국 경기 침체, 재정지출 확대·통화 완화 같은 정책의 부재, 글로벌 자금의 탈중국 흐름 심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어 단기간에 유의미한 반등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부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외국인 자금 흐름상으로나 H지수가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이 경기 부양을 하거나 자금을 투입해서 증시를 떠받치는 것 이상으로는 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