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주 52시간 준수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1일 8시간 초과분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해 초과분을 계산하는게 맞다고 판결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게시된 일자리 정보지에 근무시간이 표시돼 있다. 하루당 초과분을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 중 3일 15시간씩 일한 경우 하루 8시간 근무에 7시간씩 초과해 근무한 것으로 연장근로시간의 합이 12시간을 초과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계산을 따르면 주간 근무 시간을 모두 더했을 때 45시간으로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제도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내놓은 연장근로 판례에 따라 행정해석을 변경한다.
고용부는 22일 연장근로 한도 위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법의 최종 판단 및 해석 권한을 갖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해석 변경은 현재 조사 또는 감독 중인 사건에 곧바로 적용된다.
[고용노동부 제공] |
앞서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해 12월7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연장근로시간을 판단할 때는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다.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해 주당 총 52시간까지 근로를 할 수 있지만, 주 단위가 아닌 1일 8시간을 넘기는 것이 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해석이 혼재돼왔다.
예컨대 월~토요일 하루 10시간씩 일한 근로자의 초과근무는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집계하면 12시간이지만 1주 40시간으로 계산하면 20시간이다. 하지만 대법은 이번 사건에서 1일 8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1주간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했는지 여부를 봤다.
이번 판결로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경직성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만 건강권 우려도 있는 만큼 고용부는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 노사,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지만, 양대노총은 대법원 판결이 하루 21.5시간까지 가능하게 하는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특례업종이나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사업장처럼 근로기준법상 '11시간 연속 휴식'이 보장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론적으로 이틀 연속 법정휴게시간(4시간마다 30분씩)을 뺀 21.5시간씩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현장에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방식과 배치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라며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 혼란을 막고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연장근로 한도와 연장근로수당은 별개"라며 "하루 8시간을 넘긴 근로에 대해 통상임금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육체적 한계를 넘는 노동을 금지하려 일 단위로 법정근로시간을 정한 법 취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라며 "일주일 총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하루 15시간씩 사흘을 몰아 일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명문에만 집중해 현실을 무시한 판단을 함으로써 노동자 건강권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물꼬를 터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지난 15일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대로 근로시간 유연화나 장시간 근로를 폭넓게 해석하는 입법론적인 행정해석 변경 우려는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며 "판결은 장시간 근로를 허용한다기보다 주 52시간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 배분을 조금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오는 2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본위원회를 열고 근로시간 제도개편 등을 사회적 대화 의제로 설정하고 노사정 대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의 틀 안에선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역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자 건강권을 보호하면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