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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1000㎞에 달하는 전선에 구축된 양측 참호가 ‘쥐떼의 습격’에 시달리고 있다. 마치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를 방불케 하는 쥐떼의 공격에 양측 전투원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무기와 장비까지 손실을 입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군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호에서 창궐하는 ‘쥐떼’ 문제가 1차세계 대전 수준으로 심각하다고 전했다.
호출부호 ‘키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여군은 “4명의 군인이 배치되는 참호 하나당 약 1000마리의 쥐가 사는 것 같다”면서 “잠자리에 들었을 때 쥐가 바지나 스웨터 속으로 기어들어가거나 손을 깨물다 보니 하루 두세시간 자면 다행”이라고 전했다.
병사들은 쥐를 쫓아내기 위해 독이나 암모니아를 뿌리고 쥐덫을 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고양이들도 워낙 많은 수의 쥐떼에 놀라 도망치는 형편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제 1차세계 대전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 당시 썩은 배설물과 시체로 인해 쥐가 급속히 번식한 바 있다.
이호르 자호로드니우크 우크라이나 국립역사박물관 연구원은 “지난 2021년 가을에 파종한 겨울 작물이 이듬해 대부분 수확되지 못했고 이후 자연적으로 퍼진 곡물을 쥐들이 먹고 급속히 번식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쥐는 양측 병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은 하르키우 주 쿠피안스크 일대의 러시아 부대에서 ‘쥐 열병’이 발행했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을 공격한 전염병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CNN은 야토병, 렙토스피라증, 한타바이러스 등을 가능한 질병으로 지목했다.
CNN은 쥐 배설물의 먼지를 흡입하거나 배설물이 음식에 혼입된 상태로 섭취하면 전염될 수 있다”며 “발열과 발진, 눈 출혈, 구토, 신장 문제에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장비도 쥐떼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쥐들이 탱크와 레이더 등의 전기 배선을 씹어먹으면서 무기들이 무력화됐다.
자호로드니우크 연구원은 “겨울이 되면서 추운 날씨에 쥐들이 점점 더 상대적으로 따뜻한 참호 속으로 파고들 것”이라며 “당국이 병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