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국가경제 붕괴 경고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인근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접경지로 번지고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과 미군 충돌이 이어지면서 중동과 인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오랫동안 위기에 처해있던 중동 경제가 최근 전쟁으로 인해 무너질 위험이 커졌으며 그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개발계획의 의뢰로 지난달 진행된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이집트·레바논·요르단 등이 입은 경제 손실은 이들 3개국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2.3%인 103억달러(약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또한 이들 국가에서 약 23만명이 추가로 빈곤에 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난민 흐름, 공공 부채 급증, 수입·외화·고용을 좌우하는 무역·관광 감소 등을 거론하며 “이집트·요르단·레바논에서 인적 발전이 최소 2~3년 정도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아랍국가지역국 국장인 압달라 알 다르다리는 “이것은 엄청난 영향”이라며 “이미 취약한 지역에 폭탄과도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달간의 전투로 가자지구는 전체 주택의 45~50%를 잃었다”며 “우리는 이런 규모의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2022년 5.6%에서 2023년 2%로 떨어지며 이미 하락세를 보여왔다. IMF 분석가들은이집트·레바논·요르단에선 전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으며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동 국가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이집트는 여전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필수 수입품 가격 상승, 관광객 수입 급감, 외국인 투자 감소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동 지역의 식량 위기 역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11월 5일 세계은행(WB)의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하마스 충돌이 전면적 지상전으로 확대되면서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생산과 운송 비용이 늘어나 식량·비료 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 가자지구(220만명)와 서안지구(35만명)를 비롯해 레바논·예멘·시리아 등에는 지난해 기준 340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슈아 랜디스 오클라호마대 중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최근의 경제적 타격은 이들 국가가 이미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시기에 찾아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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