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경호실장, 혐의 인정하고 떳떳해지라”… 재판장 “2차 가해 말라”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의혹이 확산한 전청조씨가 3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재벌가 혼외자 행세를 하며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28) 씨가 자신의 경호실장 역할을 한 이모(27) 씨를 공범으로 지목한 이유에 대해 “자신은 혐의를 인정해서 떳떳해지고 싶었고, 이 씨도 진실을 밝히고 떳떳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피해자들에게 두번 상처를 가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전 씨는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병철) 심리로 열린 세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갑작스레 이 씨를 공범으로 지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씨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나중에라도 떳떳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전 씨는 울먹이며 “많은 언론보도와 피해자들의 호소를 들으며 단 하나도 부인하지 않고 인정해서 떳떳해지고 싶었다”라며 “이 씨가 제가 시켜서 일을 했지만, 같이 거짓말을 했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은 맞는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서라도 이 씨가 벌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을 진행하는 김병철 부장판사는 이와 관련해 “이 법정에 (전 씨의) 피해자가 나와 있을 수 있는데 (전 씨의) 떳떳해지고 싶고 올바르게 되고 싶다는 그런 말을 피해자가 들을 때 어떤 심경일지 잘 생각해 보라”라며 “피해자분들에게 두 번의 상처를 얹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지난 15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도 “범행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누구냐”는 검사의 질의에 “경호실장 역할을 한 이 씨와 남현희”라며 “이 씨는 제 고향 친구와 선후배 사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달리 친근감이 느껴졌고 그 이후 함께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전 씨는 이날 열린 공판에서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쯤 고용돼 경호원 역할을 하면서 피해자들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한 21억9000만원 상당 투자금을 전 씨 지시에 따라 사용하거나 이체했다는 혐의(사문서 위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가 2023년 4월경 서울 송파구 소재 고급 오피스텔인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1억500만원에 3개월 단기 임차했을 때도 이 씨 명의로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전 씨가 남현희 씨에게 건네준 것으로 알려진 가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블랙카드도 이 씨 명의였다.

다만 이 씨 측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씨가 전 씨의 실체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단지 고용인인 전 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이 씨의 계좌내역을 공개하며 “전 씨는 이 씨가 경제적 이익을 2억원 가까이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계좌 내역을 살펴보면 이 씨가 얻은 객관적인 이득은 없어 보인다”라며 “이 씨는 (다른 경호원들이) 사기 전과 사실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전 씨에게 물어봤고 전 씨가 ‘맞는데 양어머니 때문에 생긴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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