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만기채권 24조인데 ‘또 뛰는 금리’

국고채 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후퇴하면서다.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다음 달 대규모 만기 도래 물량과 연초 발행 대기 물량까지 소화해야 하는 회사채 시장의 수급 부담도 덩달아 커진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2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30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금리는 연 3.154% 수준이었으나 연초 들어 상승세를 이어오며 어느덧 3.3%대에 진입한 것이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의 금리도 이 기간 각각 연 3.156%에서 연 3.359%, 연 3.183%에서 연 3.422%로 크게 오른 상태다. 3·5·10년물 금리는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장기물인 국고채 20년물(연 3.111→3.326%)과 30년물(연 3.088→3.262%) 금리도 상승했다.

연초 금리가 연일 상승세를 타는 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 시점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한 직후 금리는 빠르게 하락세를 탔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인하 ‘시점’에 촉각을 세우며 이르면 상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는 과도한 기대를 갖기 시작했고, 이에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한·미 당국자들의 발언이 연이어 나오면서 금리가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채권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가 오르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지금처럼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회사채 시장의 연초 상황까지 맞물리며 수급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KB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다음 달 회사채(공사채·은행채·일반 회사채·카드채·캐피탈채 포함) 만기 도래 물량은 총 24조4200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월별로 따져볼 때 오는 11월(27조3600억원)과 6월(24조5300억원), 4월(24조500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24조원어치에 대한 차환 수요가 존재하는 데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채권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발행사 다수가 올 초로 발행을 미뤄둔 회사채 물량까지 겹친 상태”라며 “이는 수급상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즉 투자자들이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쉽사리 회사채 매입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와중에 회사채 물량이 대규모로 공급되면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연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LG유플러스 등 AA급 회사채들의 수요예측에 뭉칫돈이 유입되며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이슈와 금리 반등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요예측 결과를 보면 비교적 선방하는 분위기”라면서 “결론적으로는 연초 시장에 나올 회사채 물량 정도는 소화해낼 만한 수요 기반이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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