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장에서 판매 중인 냉동김밥.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3칸으로 나눠진 용기에 담긴 김밥 9조각의 맛이 생생하다. 단무지의 아삭함과 밥알의 식감은 ‘냉동의 영역’을 넘어섰다. ‘어떻게 옆구리가 안 터지지?’ 고민을 하는 사이 전자레인지 3분 조리가 끝났다. 해외에서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최근 한국 대형마트에 등장한 냉동김밥 이야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지난 19일부터 판매하는 올곧 냉동김밥 3종(식물성 제육볶음, 식물성 참치, 유부우엉)은 지난 3일 동안 6만개가 판매됐다. 하루 평균 지난달보다 20% 더 팔리고 있다.
김밥의 인기를 확인하기 위해 찾은 이마트 월계점에서는 냉동고가 비자마자 직원들이 물건을 채울 정도로 많은 수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달 처음 해당 냉동김밥을 선보인 이마트는 닷새 만에 상품이 5만개가 팔리자 이달 물량을 3배(15만개)로 늘렸다. 이마트는 행사 이후에도 상시 판매로 전환해 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는 편리성(냉동보관 기간 1년)을 냉동김밥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가격도 3000원 내외로 즉석 김밥보다 20~30% 저렴하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김밥 한 줄 가격은 3323원이었다. 이마트는 3개 구입 시 개당 2000원이 넘지 않도록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헤럴드경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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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김밥은 앞서 해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화제를 모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하는 냉동김밥에는 당근, 단무지, 시금치, 유부슬라이스 등 6~7가지 야채가 들어가 건강한 간편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가공밥(기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8% 증가한 13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수출을 경신했다. 냉동김밥의 인기 덕에 김과 밥의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가공밥 수출은 지난해 10월 7900만달러를 돌파하며 전년도 한해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냉동김밥의 수출 선봉장은 경남 하동군에 있는 ‘복을 만드는 사람들’, 경북 구미시에 있는 ‘올곧’ 등 지역 소재 기업이 맡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다”며 “편의점 김밥보다 야채가 다양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 입소문을 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냉동김밥이 즉석김밥과 영양학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입소문을 타고 확산 중이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쌀알은 냉동 과정에서 저항 전분이 만들어지며, 이는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걸 막는다”면서 “즉석김밥보다 식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영양학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