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미사일, 우크라 전장 새로운 골칫거리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에서 무기와 포탄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러시아에 제공되기 시작한 북한산 신형 미사일이 전쟁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말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우크라이나를 향해 북한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월 북한·러시아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제공한 미사일이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미사일은 50기 미만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들 미사일을 활용해 서방이 제공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제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무기감시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이번에 제공된 북한산 미사일은 최신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도 이들 미사일이 러시아산만큼의 정확도를 입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45포병여단 소속 우크라이나인들이 운용하는 스웨덴제 아처포병이 도네츠크 지역의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 [AFP]

나토와 미국은 북한산 미사일 투입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제공을 늘리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차질을 빚게 되면 이 같은 계산은 어긋나게 된다고 NYT는 지적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포함한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여야 간 입장차로 협상이 지연됐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중단됐다고 백악관이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조만간 북한을 방문하고 추가 무기 지원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사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제공하는 포탄도 전황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산 포탄 중 다수가 수십 년 전에 제조돼 불량한 경우가 많지만 소모전에서는 품질보다 수량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방 전문가들은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일일 최대 포탄 사용량은 각각 7000발, 5000발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000발, 1만발 정도로 완전히 역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미사일 제공을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한편 국제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 나아가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어가고자 의회에 대한 예산안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계속해서 공격받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의 끊임없는 포격, 공습,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돼 있다”며 의회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기 제공의 대가로 핵과 미사일, 우주 분야 등에서 첨단 기술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으로선 자국 신형 미사일이 서방 방공망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됐다. 나아가 북한은 최근 한국을 통일 대상이 아닌 ‘주적’으로 규정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국제사회는 북한이 전쟁 등 실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NYT는 새로운 양국 관계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면서도 “북한이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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