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에 바이든 가짜 전화…‘딥페이크’ 우려 심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가짜 이미지나 오디오, 비디오를 만들어 선거운동에 활용하는 딥페이크 선거운동이 우려돼 왔는데, 경선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하루 앞두고 민주당 당원들에게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짜 목소리를 담은 전화가 뉴햄프셔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뉴햄프셔에 거주하는 상당수 민주당 당원에게 23일 치러지는 프라이머리에 투표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바이든 대통령 목소리를 교묘하게 위조한 전화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투로 말문을 연 뒤 “11월 대선을 위해 여러분의 투표를 아껴두라”고 당부한다. 이어 “화요일에 투표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공화당의 목표를 돕는 일”이라며 “여러분의 투표는 이번 화요일이 아니라 11월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는 아예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당의 첫 공식 경선으로 결정한 데 따른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아이오와에서 4위를 한 데 이어 뉴햄프셔에서 5위를 기록, 초반 대세론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백인 위주로 구성된 이 2개의 주로는 민심을 대변하지 못한다면서 경선지역 변경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경선안이 민주당 전국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주법으로 ‘첫 프라이머리’ 개최를 못박은 뉴햄프셔가 이와 무관하게 23일 프라이머리를 강행했고, 그 결과 뉴햄프셔 경선은 일단 민주당의 공인을 받지 못한 비공식 경선으로 치러지게 됐다.

다만 뉴햄프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수기로 바이든 대통령 이름을 적어내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 뉴햄프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운영하는 캐시 설리번은 “이는 바이든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누군가가 꾸민 짓”이라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엄격한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뉴햄프셔주 법무장관실은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을 사칭하는 자동녹음전화에 대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방해하고, 뉴햄프셔 유권자를 억압하려는 불법적인 시도로 보인다”면서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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