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 OCI 회장.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23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의 반대에 대해 “생각하는 게 다를 수도 있다”면서 “(임 사장을) 잘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인천공항 귀국길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제 (임 사장을) 뵙고 얘기를 해야 한다”며 “(통합이)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는 것이고 저희도 생각하는 것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양사의 그룹 통합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4일 바이오·제약사업 협력과 관련해 일본 출장길에 올랐으며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사업까지 둘러본 뒤 이날 오전 귀국했다.
앞서 OCI와 한미는 12일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을 각자대표로 하는 통합 지주사를 만들어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운영할 방침이다.
다만 이 회장이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일주일여 간 양 그룹의 통합은 한미 내 경영권 분쟁 이슈로 안갯속에 빠져든 상황이다. 그룹 통합에 반발했던 임종윤 사장과 임 사장의 동생인 임종훈 사장은 지난 17일 OCI와 한미의 통합을 중단하기 위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원래 계획과는 달라졌다”며 “임 사장 측에서 가처분 (신청)도 했으니 잘 말씀 드리고 설득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원래는 (출장을) 다녀와서 (임 사장을) 뵈려고 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임 사장과) 만나는 게 맞는 건지 회사 분들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희도 처음부터 잘 설득을 구하고, 그러려고 시작한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반대가 있으니 잘 생각해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이날 바로 회사로 복귀해 주요 관계자들과 이번 통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직접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나 당장 OCI가 가처분 당사자가 된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통합에 대해 법률적 검토는 충분히 했다는 게 OCI 측 입장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7일 헤럴드경제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통합에 대해 “양사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한 ‘빅딜’로서 면밀한 법률 검토와 필요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임 사장 형제가 뜻을 같이한 데 주목해 인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한미그룹과 임 사장 측의 추가 법적 조치가 뒤따를 경우의 수도 예상된다.
이 회장은 그룹 통합 발표 직후 긴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한 달 이상 전부터 예정돼 있었던 거라 (통합 발표를) 하고 나서 바로 출장을 갔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로 예상됐던 이 회장과 임 사장의 만남은 결국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OCI 측은 “첫 번째 만남 이후 임 사장이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상황이 변했다”면서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당사자 격인 개인이 따로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아래 일단 두 번째 만남은 보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은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총리가 참석하는 양국 간 문화 행사에 공식 초청을 받아 다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OCI는 말레이시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