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일요일 영업 가능해진다…업계 “상권 활성화 기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폐지하고,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와 온오프라인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전날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토론회 결과 정부는 국민 쇼핑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을 추진해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국회 협의를 지속해 새벽배송 가능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 등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은 월 2회 공휴일로 지정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바꿀 수 있다.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규정한 내용을 삭제하는 식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유통사 관계자는 “휴업일 평일 전환과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소비자 편익이 가장 먼저 향상될 것”이라며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의 경우,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인 효과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상당수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를 원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6%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의무휴업 제도의 실효성도 부족하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서 12.8%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전통시장 비중도 13.9%에서 9.5%로 덩달아 줄었다.

오히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평일 전환으로 주변 상권이 살아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2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시의 경우 6개월간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쇼핑센터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대형마트와 SSM 매출은 7% 늘었다.

영업제한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한 것 역시 온·오프라인 유통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간 오프라인 대형 유통사들은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현행법상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그리고 의무휴업일에 준대규모 점포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데,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이 규제에 발목이 묶여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온라인 유통 시장의 성장세는 오프라인 시장을 크게 앞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주요 25개 유통업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할 동안 온라인 업체의 매출은 12.7% 신장했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 업체의 매출은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만을 성장에서 제외하는 법을 없애는 것 자체를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대형마트의 불공정한 관행이 개선되는 것에 대한 현업의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다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바로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법을 바꾸지 않고 의무휴업을 평일로 일괄적으로 전환하기도 어렵다. 자치구별로 자체적으로 조례를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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