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자 발생’ 시점이 중동 확전 ‘레드라인’ 우려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친이란 민병대 하카라트 알누자바 지도자 무쉬타크 자와드 카짐 알자와리의 장례식이 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진행되는 동안 민병대원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국은 “아부 타크와로도 알려진 그는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타격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가운데 미군을 향한 친(親)이란 단체들의 공격도 이어지면서 미국과 이란 간 직접 충돌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더 큰 지역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임계점이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전문가 등을 인용해 중동의 미군 부대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수록 미군의 사망 위험은 커진다며, 이는 확전 국면으로 가는 ‘레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기준, 이라크·시리아 등지의 미군을 향한 친이란 단체들의 공격은 모두 14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뒤 비교적 저강도로 주기적으로 일어나 온 공격으로, 이로 인한 미군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이 공격들로 약 70명이 부상했으며,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이 단기간 안에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친이란 이라크 현지 무장세력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의 이라크 서부 알아사드 공군 기지 공격에서도 사망한 미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은 미군 사망자 발생이 ‘시간 문제’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NYT는 “백악관 상황실에 공습에 대한 보고가 도착할 때마다 당국자들은 이것이 더 단호한 보복을 요구하고 더 광범위한 지역전으로 이어질 사안인지 궁금해한다”고 전했다.

적의 공격에 따른 직접 사망자는 아니지만 미군의 사망 사례도 보고됐다.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1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후티 반군과 관련한 경계 업무 중 실종된 해군 특수전 부대 네이비실(Navy SEAL) 대원 2명을 사망한 것으로 보고 구조 작전을 수습 작전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이란산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부품 등을 싣고 후티 지역으로 가는 선박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미국은 우선 대응 수위를 조절하며 뇌관의 폭발을 경계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인질 석방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조만간 이집트·카타르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은 미국 주도 다국적군의 후티 공습을 “예멘의 염소 치기 무리에 가한 하찮은 공격”이라고 평가절하하며, 이란을 억제할 만큼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며, 중동의 평화를 흔드는 이란의 활동에 책임을 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다만 현재로선 미국이 확전의 위험을 피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데이비드 밀러는 “그들(미 정부)은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이는 후티를 비롯한 친이란 단체가 미군을 공격할 여지만 키우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 미군이 사망하면, 그들은 이란 측에 직접 대응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