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2분기 부실채권 추가 매각 추진…NPL회사 ‘관심’[머니뭐니]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이르면 2분기 부실 채권 추가 매각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2개 저축은행이 공동 매각에 나선 이후 두 번째다.

다만 저축은행업계 고정이하여신(NPL·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 규모가 7조원에 달하는 만큼 올해 매각 물량이 더 늘어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두 번째 개인 무담보 부실 채권(NPL) 매각을 준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2분기에 부실 채권 매각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지난해 매각 이후 유동화전문회사(NPL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저축은행중앙회는 12개 저축은행의 1000억원 규모 부실 채권을 NPL투자회사인 우리금융F&I에 매각했다. 매각가율은 기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입률표 기준 매각가격보다 약 130% 인상된 수준이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은 캠코에만 NPL을 매각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5월 말 금융위원회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NPL회사와도 매각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에 부실 채권을 팔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1000억원에 그쳐 액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NPL은 6조9216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NPL은 2022년 12월 말 4조6912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3월 5조7906억원, 6월 6조1330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NPL비율 또한 2022년 12월 말 3.65%에서 지난해 9월 말 5.88% 수준으로 2.23%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들은 부실 우려가 커질수록 이에 따른 충당금전입액을 쌓아야 하는데, 이는 곧 순익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대출 감소와 예금 취급분에 적용되는 이자비용 증가, 충당금전입액 급증 영향으로 저축은행업계는 9월 말 누적 기준 141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말 1조5957억원 흑자에서 실적이 1조7370억원 고꾸라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최대한 제값에 팔아 연체율을 낮추고, 부실 규모만큼 쌓아뒀던 충당금을 자산으로 다시 되돌려 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거래 상대방인 NPL업계는 우선 저축은행의 개인 무담보 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첫번째 선수인 우리금융F&I가 어느 정도 수익을 낼지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계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우리금융F&I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번 매입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NPL회사들은 통상 기업대출 채권·담보 채권을 주로 사들이기 때문에 개인 무담보 채권에 대한 평가·인수 기준 등 업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우리금융F&I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저축은행 NPL 매입에 나섰고, 충분히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F&I의 NPL 매입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5.8%에서 3분기 10%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더 많은 NPL회사들이 저축은행 개인 무담보 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회사 간 NPL 유치 경쟁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NPL회사의 투자 여력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NPL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은행권 부실 채권을 대거 사들인 만큼 올해는 매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은행이 팔아 치운 부실 채권 규모는 미상환원금잔액(OPB) 기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3조원, 2022년 2조4000억원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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