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윤곽, 산은 ‘일석이조’ 기대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성사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구조조정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동시에 대한항공 주식 확보를 통한 이익 실현 가능성에 다가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근 1년 평균 종가는 2만2962원을 기록 중이다. 해당 기간 동안 아시아나합병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주가는 등락을 반복했지만 이달 거래 성사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2만200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결정한 이후 4년째 지속되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기업결합 심사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유럽 4개 도시 노선의 슬롯 반납 등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 조치안에 호응해 양사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외신 보도 이후 대한항공 역시 물밑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희망하는 원매자와 협상도 시작한 모습이다.

양사 합병에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면서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 성과를 추가할지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된 공적 자금이 3조6000억원으로 대한항공에 합병될 경우 최종 회수 기대감은 높아진다. 산은은 최근 2년 사이 구조조정 매물 가운데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으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여기에 HMM은 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경영권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거래 구조의 적정성’을 두고 불거졌던 잡음도 일정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산은은 양사 합병 계약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에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양대 국적 항공사를 통합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한진칼 지배주주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지적도 따랐다.

다만 산은은 투자 반전기를 쓸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한진칼 지원 과정에서 대한항공 보통주를 취득할 수 있는 교환사채(EB)를 3000억원어치 인수했다. EB의 행사가격은 2만716원으로 대한항공 시가보다 저렴해 교환권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발판 삼아 기업가치를 키워가면 산은 입장에서도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당 EB는 쿠폰금리 2%, 만기보장수익률 4% 조건으로 발행돼 채권 가치도 갖춘 상태다.

물론 지분율을 고려하면 산은의 처분 방법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산은은 EB의 교환권을 행사하면 대한항공 지분 3.9%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한진칼 보통주도 10.6%를 보유 중이다. 대한항공의 경영권과 주가 흐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물량인만큼 공적 자금 회수 방법을 모색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심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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