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인구 늘어 좋아” 마트 휴업 폐지에 전통시장도 ‘기대’… 왜?

서울시 서대문구 모래내시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위치하고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안효정 기자] “이 근처에도 대형마트가 있다. 그런데 주말에 대형 마트에 손님들이 장 보러 나오면 덩달아 골목 분위기도 시끌벅적해지고 활기가 돈다. 대형 마트 가는 김에 시장도 슥 구경하고 야채나 두부, 생선을 한 봉다리씩 사서들 간다. 일요일에 대형 마트가 문열면 그런 날이 더 늘어나지 않겠는가.”(서울시 서대문구 모래내시장에서 야채를 파는 상인 A씨)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유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일요일에도 대형마트가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지난 10여년간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 규제(둘째·넷째 일요일 휴업)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대형마트 일요일 휴업이 골목상권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800m 떨어진 곳에는 롯데마트가 자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 24일 헤럴드경제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과 모래네 시장 등을 돌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초반 김모 씨는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전통시장도 함께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요새는 온라인 시장이 더 위협적이라 마트라도 열어서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같은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50대 강민수 씨 또한 “동네에 조그마한 목욕탕도 주변에 큰 목욕탕이 사라지면 다 같이 망하지 않냐”며 “(마트와 전통시장이) 함께 살아있어야 장사도 더 잘 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들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고 봤다. 가격 경쟁력과 물건의 질 등으로 얼마든지 대형마트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량리청과물시장을 방문한 50대 유한아 씨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완전 다른 느낌”이라며 “대형마트 물건은 전통시장처럼 싱싱하지도 않고 흥정하는 맛도 없어 대형마트가 문을 연다고 해서 전통시장을 외면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같은 시장을 방문한 이모(66) 씨는 “공산품은 마트에서, 식재료는 전통 시장에서 산다”며 “마트에서는 딸기 몇백g에 2만원이다. 여기서는 1㎏ 박스를 2만원이면 살 수 있다. 전통시장 가격이 현저히 싸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전통시장에 꼭 들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 또한 대형마트가 주말 영업을 한다고 해서 타격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래내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김영은(59) 씨는 “대형마트가 주말에 영업을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이 타격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고령층이 주된 고객인데,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마트를 잘 안가고 여기만 방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에 비해 수 배로 커지면서 ‘전통시장 vs 대형마트’의 갈등 구도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10여년간의 온라인 시장 성장 속도를 보면 쉽게 이해 가능하다. ‘마트 대 시장’ 사이의 경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2013년 39조1000억에서 2022년에는 34조7739억원으로 11.1% 줄어들었다. 반면 온라인 시장 거래규모는 2013년 38조4978억원에서 209조8790억원으로 약 445.2% 성장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같은 기간 동안 1502개에서 1388개로 114개(7.6%)가 사라졌다. 한 때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법제화 됐던 ‘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온라인 시장 급성장으로 그 효용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오후 2시 시민들이 청량리청과물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지영 기자.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시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유통학회 고문 한상린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의 적이라는 구도는 이제 바뀌었기 때문에 온라인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과제”라며 “규제 완화를 기회로 삼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유통학회 고문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도 “2020년 이마트 노브랜드는 전통시장 내 상생스토어를 만들어 전통시장과의 공존을 꾀한바 있다”며 “대형마트에서 포인트를 적립하면 전통시장에 가서 쓰게 해주는 등 상생 방안을 찾는다는 걸 전제로 규제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 서초구는 28일부터 대형마트 휴업일을 기존 2·4주 일요일에서 해당주 수요일 평일로 전환한다. 이는 서울 자치구중 처음이다. 다만 코스트코 양재점은 일요일 휴업을 유지하며, 킴스클럽 강남점은 월요일에 휴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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