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가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 인원에 따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일부 자영업자는 법의 우려가 결국 근로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식당가.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김희량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유예가 무산되면 자영업자들은 직원 수를 줄이거나 정규직을 비상시 아르바이트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서 24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씨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생각하면 한숨이 커진다고 했다. 그는 “가뜩이나 장사가 시원찮은 마당에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짊어지는 것 같다”면서 “업주와 마찬가지로 일하는 직원들도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식당을 중심으로 자영업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이 27일부터 시행되면 현장의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징역이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 법이다. 관련 법을 잘 모르는 업주들이 많은 데다 세세하게 물어볼 곳조차 없어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으로 적용받는 사업장이 83만7000곳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사업장의 24%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네에서 장사를 하는 식당부터 빵집, 치킨집, 카페 등 5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포함된다.
실제 프렌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외식업프렌차이즈 사업장 수는 총 20만여 곳으로, 이 가운데 5명 이상을 고용한 곳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 역시 “경기 침체로 고용 인원을 줄인 자영업자가 많아 실제 법의 대상이 되는 (5명 이상) 사업장은 전체의 20~30%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만나고 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홍 원내대표를 방문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가 직접 취재해보니 중대재해법이 언제 적용되고, 누가 대상인지를 모르는 업주들이 대다수였다. 법의 취지와 방향을 들은 일부 자영업자는 ‘눈 뜨고 코 베인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들어보니 장점은 없고, 우리한테 불리한 내용만 가득하다”며 “지금부터라도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에서 외식업을 하는 박모 씨는 “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인이나 추가 비용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형 식품 프랜차이즈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에게 해당 내용을 안내하는 공지를 보냈지만, 완전하게 (내용을)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본사는 가맹점주의 손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더 알리고, 주의를 주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패션 브랜드 관계자 역시 “불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점주들의 부담으로 법이 작용한다면, 그 피해는 매장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치나 정부 정책에 무관심한 이들을 위한 논의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를 두고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50인 미만 기업 대상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이제 단 사흘 남았다”며 “현장의 절실한 호소에 귀 기울이고 반영할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간곡히 국회에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국회를 찾아 여야 원내대표를 만났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중소·영세 건설업체의 어려움을 감안해 조속한 법안 통과를 간청한다”는 성명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