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지난해 판매 목표치 못채웠지만…실적은 ‘역대급’

기아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기아가 지난해 당초 계획했던 320만대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성과를 냈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5일 개최된 ‘2023년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유럽 등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어려움이 있는 일부 권역, 중국 등에서 판매가 저조해 계획 대비 11만여대 정도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기아는 지난해 ▷판매 308만7384대 ▷매출액 99조 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9억원 ▷영업이익률 11.6%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발표했던 목표치는 ▷판매 320만대 ▷매출액 97조6000억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9.5% 수준이었다. 판매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매출액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역대 신기록을 달성했다.

주 부사장은 이에 대해 “판매 물량에 차질이 있었지만, 제값받기를 지속 진행하고 있고 재고 관리가 제대로 되면서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집행한 결과 계획 대비 인센티브를 절감했다”며 “원자재 가격 인하 등 재료비 감소 효과도 연중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로 지난해 세웠던 320만대를 다시 제시했다. 매출액은 101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2조원, 영업이익률은 11.9% 달성이 목표다.

기아 실적 추이. [기아 자료]

주 부사장은 “올해 금리 인상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긴축 영향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되는 지정학적 어려움으로 예년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긴장하면서 올해를 준비해 왔다”며 “조심스럽게 다시 판매물량을 도매기준 320만대로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권역별로 모든 차종이 100% 다 좋을 수 없고 전기차(EV) 성장의 둔화도 있겠지만, 각 권역들이 공급확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월 판매물량과 수익성을 보더라도 사업 계획보다 앞서가고 있는 만큼, 고수익 구조를 유지하며 다시 한번 320만대 판매, 12조원 수익 목표를 갖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오는 6월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될 전기차 EV3, EV4, EV5가 기대작이다. 주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볼륨 모델에 해당하는 EV3 등을 6월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것”이라며 “이 3개 차종은 무조건 성공 시켜야하고,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또는 내연기관 모델과 경쟁 가능한 가격대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주 부사장은 “기술 기반의 차별화, 원가 경쟁력이라는 그룹 전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실제 TCO(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도 하이브리드, 내연기관과 유사한 수준을 가져갈 수 있는 가격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EV3부터 노력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는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HEV) 시장도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건다. 주 부사장은 “EV 시장이 다소 둔화하면서 H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의 수요가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특히 HEV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수요를 최대한 만족시켜 드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하이브리드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주 부사장은 “과거 하이브리드는 재료비 대비 프리미엄을 못받아 수익성 저조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내연기관 차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하이브리드 확산은 시장 점유율 확보, 수익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K5,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트 등 주요 차종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환을 선제적으로 완료한 상태다.

올해 주목해야 할 해외 시장으로는 중국과 인도를 언급했다. 판매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는 ‘버티기’에 돌입하며, 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 부사장은 “중국은 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이 많지만, 버티면서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 EV5를 론칭했고, 이것이 변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공장 가동률을 제고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 중”이라며 “기타 시장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 수출하는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권역이 자체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증자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올해 중국 판매 목표는 지난해 대비 45.6% 증가한 11만7000대다.

인도에서는 9.8% 증가한 28만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셀토스, 쏘넷 등 인도 판매 핵심 차종이 상품선 개선 모델 출시를 앞두고 수요 둔화가 있었던 만큼, 올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태국 공장 건설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 부사장은 “태국 공장은 정부와 인센티브 협상 등이 있었지만, 협상 상황이 당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고,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부분도 있어 여러 각도로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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