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민단체, 군마현 조선인추도비 철거 중지 촉구…“역사에 등돌리는 만행”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일본 시민단체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를 철거하려는 혼슈 중부 군마현 당국을 향해 “역사적 사실에 등을 돌리는 만행”이라며 철거 집행 중지를 촉구했다.

26일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군마현이 추도비 철거를 대신 집행하는 것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하는 역사 부정론자의 혐오 발언, 혐오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군마현 당국은 다카사키시 현립 공원인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추도비를 지난달까지 철거해 달라고 시민단체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에 요구했으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오는 29일 이후 시민단체를 대신해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이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비석 앞면에는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졌다.

군마현 당국은 지난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참가자가 강제연행을 언급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지자체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비석 문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의 기존 역사 인식을 반영해 작성됐고, 설립 당시 군마현 의회가 만장일치로 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단체는 “비문에는 문제가 없고 추도 행사도 열리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군마현 당국이 비석을 철거한다면 불이행을 방치할 경우 현저하게 공익에 반할 때만 행정 대집행을 허용한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폭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도 합치하는 문구가 있는 추도비를 강제 철거하는 것이야말로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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