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기차” 테슬라 12%대 급락…국내 2차전지株 골짜기 더 깊어지나 [투자360]

[EPA, 123rf]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무너진 기차 같다.”

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가 테슬라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두고 ‘열차 사고(Train wreck)’에 빗대며 한 말이다.

미 월가(街) 내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까지 가혹한 평가를 내놓은 테슬라에 대한 미 월가 전문가들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주가는 불과 하루 만에 12% 넘게 폭락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글로벌 대장주’가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올 들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증시 대표 2차전지주(株)에 드리운 먹구름도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테슬라 주가, 8개월 만 최저…3년 4개월 만에 최대 日 낙폭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13%(25.20달러) 폭락한 182.63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이날 주가는 지난해 5월 23일 기록한 185.77달러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백슬라(테슬라 주가 200달러 이상)’ 고지에서도 지난해 10월 30일(197.36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내려왔다.

이날 기록한 일간 낙폭은 지난 2020년 9월 기록했던 -21% 이후 최대치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요인은 바로 테슬라의 ‘과거(실적)’와 ‘미래(성장성)’ 모두에 대해 시장의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장마감 후 나온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테슬라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51억6700만달러(약 33조5224억원), 주당순이익(EPS)은 0.71달러(약 946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매출 256억달러(약 34조1000억원), 주당순이익 0.74달러(약 986원)를 모두 하회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0%) 대비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 키운 점은 테슬라 측이 연간 차량 인도량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올해 전망에 대해 “2024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2023년 달성한 성장률(38%)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may be notably lower)”고 밝힌 점이다. 매년 50% 이상 성장하겠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했던 목표가 무색한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가팩토리’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며 고금리에도 다른 완성차 업체에 비해 탄탄한 이익률을 낼 수 있었던 ‘테슬라의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학개미, 올 들어 테슬라 ‘저가매수’…美 월가선 비관론 무게

테슬라의 향방에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개인 소액 투자자)’의 독보적인 ‘원픽(최우선주)’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해외 주식 보관액 1위 종목은 113억3606만달러(약 15조1450억원)를 기록한 테슬라였다. 2위 엔비디아(53억8958만달러, 7조2005억원)와 3위 애플(50억818만달러, 6조6909억원)을 모두 더한 액수보다 큰 수준이다.

올 들어 해외 주식 종목별 순매수액 순위에서도 테슬라는 1억5042만달러(약 2010억원)로 마이크로소프트(2억4377만달러, 약 3257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만 주가가 26.48% 하락한 테슬라에 대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내 증권가에선 단기적으론 테슬라 주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진 상태지만, 사이버트럭의 양산 초기단계에서 매출총이익률이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에서 수익성은 추가로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반등의 핵심은 성장률·수익성 회복을 통한 실적 개선, 자율주행 자동차의 서비스 플랫폼화 진전,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로봇 등으로의 디바이스 확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미 월가에선 테슬라 주가에 대한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머스크와 다른 임원진이 나서 테슬라 재무 구조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우리가 틀렸다”면서 테슬라의 목표주가는 기존 대비 10% 하향한 315달러로 제시했다. UBS 분석가도 “투자자들이 테슬라 매수 포지션을 새로 구축하거나 추가 매수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혹평과 함께 목표 주가를 225달러로 낮춰 잡았다. 바클레이즈도 목표 주가를 약 10% 낮은 225달러로 제시했고, ED 카우언은 “테슬라의 소식은 ‘나쁘다’에서 ‘더 나쁘다’로 변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다만 여전히 매수 의견도 확인된다. 자산운용사 퀼터 체비엇의 벤 바링거 분석가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등 거시환경이 테슬라에게 점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총 감소액 30% 이상은 2차전지 대형주 몫

문제는 테슬라로 시작된 미국발(發) 된서리에 K-2차전지주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 실적 쇼크 소식에 전날 국내 증시에서 주요 2차전지주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3.83%), 에코프로머티(-9.19%), 금양(-4.94%) 등이 약세였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5.02%), 에코프로(-3.06%), 엘앤에프(-11.02%) 등이 일제히 내렸다.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 탓에 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요 대형 2차전지주 주가에 테슬라 리스크까지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 전체에도 하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1월 2~25일) 감소한 코스피·코스닥 시총의 37.38%, 31.33%를 코스피·코스닥 시장별 시총 상위 10개(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홀딩스·LG화학·삼성SDI·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에코프로머티·포스코인터내셔널·SK아이이테크놀로지·금양), 3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엘앤에프) 종목의 시총 감소액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6.96%, 4.94%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국내 주요 2차전지주의 작년 4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는 만큼 주가는 한동안 약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표 2차전지주 중 하나인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3개월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47억원이었으나, 최근 1개월은 -347억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양극재 수출 단가가 2022년 4분기 대비 25% 하락한 것이 에코프로비엠 실적 부진의 주원인이며, 같은 기간 양극재 판매량도 7% 감소했다”면서 “전기차 시장의 단기 약세와 글로벌 양극재 업체들간의 증설 경쟁, 배터리 셀 업체들의 양극재 내재화 비율 상승 등을 감안해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다. 펀더멘탈을 과도하게 상회하고 있는 현재 주가는 하락 위험이 높다”고 봤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2차전지 업종 주가 흐름은 박스권 내에서 변동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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