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피의 금요일’에도 韓 2차전지株 ‘방긋’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EPA]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주가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의 직격탄을 맞고 두 자릿수 급락세를 보였지만, 국내 2차전지주(株)는 이에 아랑곳 않고 전날의 약세를 만회하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오전 9시 59분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보다 3.80% 오르고 있으며 LG화학은 3.58%, 삼성SDI는 3.60%, SK이노베이션은 3.03% 상승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머티, 금양의 상승폭은 각각 3.39%, 1.75%, 1.59%, 3.20%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에코프로가 5.40% 상승 중이며, 에코프로비엠(3.52%), 엘앤에프(0.32%)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국내 대표 2차전지주는 이날 장 초반 등락을 거듭하며 강보합세를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한 오름세로 전환했다.

2차전지 대표주들이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중·대형주들인 만큼, 약세로 출발했던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2차전지주의 상승 전환 이후 오름폭을 크게 늘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국내 2차전지주의 주가 흐름은 당초 예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밤새 테슬라 주가가 4분기 실적 부진의 여파로 2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12.13%나 급락한 182.63달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종가 기준으로 이날 주가는 지난해 5월 23일 기록한 185.77달러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백슬라(테슬라 주가 200달러 이상)’ 고지에서도 지난해 10월 30일(197.36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내려왔다.

이날 기록한 일간 낙폭은 지난 2020년 9월 기록했던 -21% 이후 최대치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한 요인은 바로 테슬라의 ‘과거(실적)’와 ‘미래(성장성)’ 모두에 대해 시장의 물음표가 달렸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장마감 후 나온 지난해 4분기 테슬라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테슬라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은 251억6700만달러(약 33조5224억원), 주당순이익(EPS)은 0.71달러(약 946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매출 256억달러(약 34조1000억원), 주당순이익 0.74달러(약 986원)를 모두 하회한 것이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0%) 대비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 키운 점은 테슬라 측이 연간 차량 인도량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채 올해 전망에 대해 “2024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2023년 달성한 성장률(38%)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may be notably lower)”고 밝힌 점이다. 매년 50% 이상 성장하겠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했던 목표가 무색한 수준이다.

이날 2차전지주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주도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강세를 보인 2차전지주에 대해 증권가에선 한동안 약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2차전지주의 약세 배경으로 테슬라 실적 부진 외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대결 가능성이 커진 점을 꼽기도 했다.

한 연구원은 “2차전지 부진 요인에는 테슬라 실적 부진도 있지만, 미국 대선 영향 역시 존재한다”며 “트럼프가 뉴햄프셔 경선에 승리하며 공화당 단일후보 등극 가능성이 커졌고, 전기차 보조금 철회 우려 이슈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2차전지 반등이 아직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로, 오는 3월 트럼프 재판 전후로 대선후보 자격 논란 부각된다면 2차전지 업종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