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과 보육 구분 못해…늘봄은 지자체가 ” 초등교사들, ‘늘봄학교’ 반발 집회

27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교육훼손 정책 규탄 집회’에서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학교만이 필요한 게 아니라요. 지자체에서 책임져야 할 늘봄을 왜 교사에게 시키십니까?”

27일 정수경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 정책 규탄’ 집회를 열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교육과 보육도 구별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초등교사노조는 교육부가 오는 2학기 전국 초등학교에 도입할 예정인 늘봄학교 업무의 지자체 이관 및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과 재수사 등을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새해가 되면 교육현장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그 희망은 헛된 것이었다”며 “교육부는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영역인 ‘늘봄’을 학교 업무로 끌고 왔고, 교육청에서는 초기 약속과 다르게 인력이 없다며 교사에게 늘봄 업무를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교육훼손 정책 규탄 집회’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박혜원 기자

경북 소재 초등학교 교사로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운영에 참여한 김지선 씨도 발언에 나서 “교육부는 당장 3월부터 시행되는 늘봄 선도학교에 교사가 아닌 늘봄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배정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이 업무를 할 인력이 기간제 ‘교사’라고 한다. 교육부가 말하는 기간제 교사도 ‘교사’다”라고 지적했다.

교사 업무 가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씨는 “늘봄으로 최대 13시간까지 학생들은 학교에 머무른다”며 “지금도 돌봄교실이나 방과 후, 또 학교 밖의 일까지 담임교사가 책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늘봄에서 생긴 문제도 결국 또 담임이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늘봄교실 운영을 위해 각 학교에 마련되는 전용 공간에 대해서도 “돌봄교실을 위해 정규 교육과정을 위한 특별실이 사라지고 담임교사가 업무준비를 할 공간을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는 초등학생 대상 돌봄·교육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시범운영한 늘봄학교를 오는 1학기 2000곳 이상, 2학기엔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2학기부터는 전국 초등학교 1학년이 최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맞벌이 등 학부모 사이에선 인기가 높지만 교사들은 늘봄학교 도입에 따른 업무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는 기간제 교사 채용 및 지방공무원 등을 활용한 늘봄전담인력 배치로 내년부턴 교원들이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교육훼손 정책 규탄 집회’에 모인 교사들. 박혜원 기자

이날 집회에서는 앞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교사 A씨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A씨 아버지는 이날 “단순 자살이 아닌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죽음이란 참담한 상황 속에서 언제까지 인사혁신처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며 “인사혁신처의 빠른 순직 심의회 개최와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교육환경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과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제적인 시스템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A씨는 지난해 7월 ‘연필 사건’으로 알려진 학급 내 다툼 문제를 해결하다 학부모들에게 악성민원을 받던 끝에 사망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러나 경찰이 A씨 사망과 관련 학부모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수사를 결론 내면서, 교원단체들은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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