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제1차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졸속 추진 강력 규탄 집회’. 안효정 기자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줄다리기가 최근 2주 들어 한층 더 심화하고 있다.
2주 전 의대 증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보건복지부의 공문에 의협이 반박성 답을 내놓는가 하면, 지난 25일에는 의협 산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가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에 전공의 80% 이상이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설문 결과까지 나오면서 정부와 의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1차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졸속 추진 강력 규탄 집회’에 참석한 범대위 회원들의 손에 들려 있는 피켓. 안효정 기자 |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지난 12월 29일 이필수 의협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한층 더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2024년 연초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반드시 막아내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저지하는 데 앞장서야만 하는 시기”라며 “무분별한 증원을 막으려면 안타깝게도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의협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투쟁’을 이어나갔다. 올해 역시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중심으로 복지부와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지난 15일에는 복지부가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달라고 의협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문에는 ‘최근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고, 인구 고령화와 다양한 의료 수요 증가로 의사인력이 더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복지부의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오던 의협에 마지막으로 의견을 구하는 정부의 ‘최후통첩식’ 공식 요청으로 해석되기도 됐다.
하지만 의협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반박성 공문으로 회신했다. 지난 16일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해오고 있는데도 공문을 통해 증원 규모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구체적인 숫자와 근거를 제시한다면 밤새 끝장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복지부에 보냈다. ‘몇 명 수준이 적합하다’는 언급 없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를 이어가자는 원론적인 답장으로, 사실상 복지부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헤럴드DB] |
나아가 의협은 범대위를 출범시키고 지난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제1차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졸속 추진 강력 규탄 집회’를 열었다. 범대위 회원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파업을 포함한 어떠한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선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약 의료계 파업 사태로 국민 피해자가 나오면 그 책임은 바로 이 앞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명심하고 이런 엉터리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쳐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대전협의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앞서 대전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하는 단체 행동 참여 여부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대전협이 지난 21일까지 55개 수련 병원 내 약 42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파업 등 단체 행동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공의 86%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 1일 2025학년도 입시의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증원 규모는 2000명 안팎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증원폭이 최소 1000명 이상은 될 것”이라며 “대학 수요 조사와 대학 측의 교육 여력, 장래 필요한 의사수 등을 고려할 때 2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