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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가 지난해 중국의 수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대까지 낮아졌다. 이는 1992년 한중수교 이듬해인 1993년(5.2%)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상호 보완성이 강했던 한중 교역관계가 협력·경합이 공존하는 복합적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IT 시황 부진이라는 단기 경기 요인까지 더해져 나타난 결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당 기간 한국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6.3%로 전년의 7.4%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3년(5.2%)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상위 수입국 순위에서도 한국은 2022년 대만에 이어 2위였지만, 지난해 대만(7.8%)과 미국(6.5%)에 이은 3위로 한 계단 더 내려갔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수입은 2조5568억달러(약 3400조원)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부동산 위축 등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이 늦어져 중국 전체 수입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율은 18.7%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대만(15.4%), 미국(6.8%), 일본(12.9%) 등 주요 비교 국가·지역보다 감소율이 높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입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의 입지는 작아지는 추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10% 안팎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3∼2019년까지는 7년 연속 ‘최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의 급속한 산업 경쟁력 강화 흐름 속에서 반도체와 일부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여러 주력 제품 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내 위상이 약화했다.
2017년 ‘사드 보복’은 이런 흐름을 가속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사드 보복’ 직전인 2016년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10.4%였다. 그러나 2017년 9.9%, 2018년 9.7%, 2019년 8.4%, 2020년 8.4%, 2021년 8.0%, 2022년 7.4%, 2023년 6.3%로 하락 기울기가 가팔라졌다.
2013년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 20%대로 1위이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에 밀려나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전성기 시절 7%대 점유율을 기록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자동차 시장 내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작년에는 경기 영향까지 작용했다. 세계적인 IT 시황 부진으로 중국 IT 제조사들이 중간재인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작년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361억달러로 전년보다 30.6% 급감해 대중 수출 급감의 주된 원인이 됐다.
산업연구원은 작년 11월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상승 및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요인’과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 및 글로벌 IT 경기 침체라는 ‘경기 요인’을 꼽으며 대중 수출 부진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화두다. 그렇지만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은 여전하고, 중국 시장 의존도를 능동적으로 낮춰가는 것과 경쟁력 약화로 밀려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중국이 아무리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연간 5%의 경제 성장만 꾸준히 해도 매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새 시장이 형성돼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며 “미중 경쟁의 영향을 받는 민감 분야를 빼도 일반 분야에서는 고급화와 차별화로 시장을 열고, 근본적으로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