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시 씨마크 호텔에서 열린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리셉션에서 환영사를 하며 박수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합의 없이 강행된 법안인데다 독소조항이 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다만 거부권 행사가 유가족 외면으로 비춰질 수 있는만큼 별도의 지원책도 병행하기로 했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오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정기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국무회의에 거부권이 의결되면 윤 대통령은 검토 후 이를 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국회로 넘어가면 해당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대로 거부권 행사로 가닥이 잡힌 상황”이라며 “유가족에 대한 별도의 메세지 등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어 지난 19일 정부에 이송됐다. 당시 여당은 여야합의없이 강행처리됐고 특별법상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 등을 둘러싼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에 반발해왔다. 특조위 구성이 야권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여야가 그간 특별법을 합의해서 처리한 것과도 충돌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재협상 하자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마저 무산되자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대통령실도 관련 부처 등의 입장을 청취해온 뒤 거부권 행사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정부는 그동안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있는만큼 자칫 이들을 외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시 거부권을 행사했던 ‘쌍특검법’ 등과도 다른 스탠스를 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유족들에 대한 보상안은 별도로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책 및 추모공원 조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거부권 행사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거부권 행사에 맞춰 추가 지원책을 함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현재까지 8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30일 거부권을 추가로 행사한다면 취임 후 5차례, 9개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게 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설 연휴 전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 관련한 입장 표명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은 대담 뿐 아니라 여러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