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뒤 자신의 자녀에게 갚도록 하는 행위는 증여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재판장)는 A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과세당국은 A씨가 2010년 12월∼2011년 5월 부친으로부터 총 12억여원을 증여받았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4월 증여세 5201만원, 6억1726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2021년 6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과세당국이 증여분으로 본 12억여원 중 9억5600여만원은 부친이 자기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이고, 나머지 2억5100여만원은 부친이 사업체 운영을 위해 지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본인과 무관한 내용이어서 증여세 전부가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2억5100여만원 중 부친이 실제 사업 운영에 쓴 것으로 파악된 1억1000여만원 부분에 부과된 증여세는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부친이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한 9억5600여만원은 “증여받은 게 맞는다”고 했다. 부친의 계좌에서 출금한 돈이 지인들에게 전달됐지만, 지인들이 당시 약속어음에 관한 공증을 작성하면서 수취인을 A씨로 표기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비록 지인들이 부친으로부터 돈을 빌렸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지만, 차용금 상환과 관련해 발행한 약속어음의 수취인이 A씨로 돼 있다”며 “지인들에게 전달된 돈은 A씨가 채권자로서 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