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rf] |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 기자] #. 5년 전 아파트를 분양받은 H씨는 최근 둘째를 출산해 넓은 집으로의 이사를 고대하고 있다. 이에 분양 당시 받은 2억5000만원의 대출 잔액을 대환하기 위해 신생아특례대출에 도전했다. H씨는 “더 낮은 금리로 대환하고 남은 돈으로 신용대출을 갚을 예정”이라며 “하지만 홈페이지가 마비돼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특례주택대출 신청이 첫날부터 폭주했다.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신청 사이트가 마비되고, 각 은행에는 반나절만에 수백건씩 신청이 몰렸다. 아이를 출산한 가구의 내집마련 움직임이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은 전날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을 받기 시작한 오전에만 9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241건의 신생아특례대출 신청이 몰렸다. B은행에도 반나절 동안에만 인터넷을 통해 220여건이 신청됐다. 영업점 신청분을 합치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반나절 동안에만 이 정도 신청이 이뤄졌으니 하루 500건 넘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환 수요도 많기 때문에, 5대 시중은행을 합치면 3000건도 무난히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저 1%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 주택 대출 신청 첫날인 29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신생아 특례 대출 안내 배너가 설치돼있다. [연합] |
실제 HUG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을 시작한 전날 오전 9시부터 접속자가 몰리며 신청 사이트 접속까지 1시간 이상씩 걸렸다. 오전 10시께에는 화면상에 1000명 이상의 대기자 수와 함께 예상 안내 시간이 표시됐다.
이같은 쏠림 현상은 저녁 시간대까지 지속됐다. 오후 5시께에도 20분 가까이 접속을 대기해야 신청이 가능한 상황이 이어졌다.
HUG 관계자는 “대환이 아닌 신규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니터링을 계속 해 신청자들이 지연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안정 방안’에 따른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에 대해 주택구입·전세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이며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및 일정 금액 이하의 순자산 보유액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올해는 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입양)가구가 대상이며, 주택구입 자금은 1.6~3.3%, 전세자금은 1.1~3.0%의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신생아특례대출 출시 첫날인 29일 오후 2시께 주택도시기금 기금e든든 사이트에 서비스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 메시지가 떠있다. [기금e든든 사이트 캡처] |
신생아특례대출에 희망자들이 몰린 데는 소득 요건이 완화된 점이 크게 적용했다. 작년까지는 HUG에서 제공하는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부부 소득 조건이 합산 6000만원으로 적용되는 등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소득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금리도 파격적인 1%대가 제공되면서 내집마련을 하고자 하는 신혼부부의 마음을 유인한 것이다.
수원에 거주하며 올 3월 출산 예정인 직장인 신모(38)씨는 “7월에 전세가 만료될 예정인데 신생아특례대출이 나와 집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며 “당분간 집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해당 상품으로 저금리 대출을 사는 게 이득인 것 같아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생아특례대출이 또 다시 가계대출 급증에 불을 붙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하면서 정책모기지가 가계 빚 증가세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생아특례대출도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이날 출시하는 보금자리론 등을 합친 정책모기지 공급목표를 지난해보다 20조원 가량 줄인 40조원으로 잡은 상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적 부분에서 감당해줘야 하기 때문에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국내 가계대출 수준이 경제규모 대비 다른 나라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와 연결된다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