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전 삼영화학그룹 회장[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1조원 기부왕'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타일 제조업체인 경남 김해 삼영산업이 경영악화로 종업원 130명을 모두 해고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창업주의 무리한 기부가 경영 악화의 원인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삼영산업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5일 자로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까지 퇴직금 32억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퇴직금 마련을 위해 외상매출금 등을 회수하는 데 최대한 주력하고 있다.
1972년 설립돼 아파트에 들어가는 타일을 주로 만들어왔던 이 회사는 건설경기 악화에, 원자재비 인상 등으로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커졌다. 삼영산업은 현재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60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결국 은행 부채 등을 갚지 못하면서 지난달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건설 경기가 바닥이어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1조원을 넘게 기부하던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가 은행 부채 16억원 때문에 무기력하게 부도가 난다는 점을 조합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사측은 생계 위기에 내몰린 전 직원에 대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 설립자인 이종환 전 회장의 무리한 기부가 경영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회장은 2002년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재단에 1조7000억원을 기부했다. 자산 규모로 아시아 최대의 장학재단이다. 2014년에는 600억원을 기부해 서울대 관정도서관을 헌정하면서 서울대 사상 최대 기부액을 기록했다. 이 전 회장은 이런 공로로 200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제22회 4·19문화상을 수상했다.
문제는 회사가 경영 상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도 기부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결국 기부가 삼영산업 자본잠식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회사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지분 상속마저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