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은 손준성 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사건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당시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손 차장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총선 개입 목적으로 고발을 야권에 사주한 혐의로 2022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31일 공직선거법,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에서 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고발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행동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고발장 작성·검토를 비롯해 고발장 내용의 바탕이 된 수사 정보 생성·수집에 관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고발장이 당시 검찰을 공격하던 여권 인사 등을 피고발인으로 삼았던 만큼 피고인에게 고발이 이뤄지도록 할 동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가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위반해 검찰권을 남용하는 과정에서 수반된 것”이라며 “당시 여권 정치인·언론인을 고발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기에 사안이 엄중하고 죄책도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발장 초안을 작성하고 전달한 것만으로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 보긴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제보자X’의 인적사항 등 손 검사장이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직무상 취득한 비밀과 형사사법 정보를 누설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중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사례이기도 하다. 공수처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8개월 가량 수사해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검사장→김 의원→제보자 조성은 씨 순서로 전달됐다고 확인했다.
공수처는 이날 선고 직후 “판결문을 받는대로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에서 손 검사장에게 공직선거법상 분리선고 규정에 따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을, 공무상 비밀누설 등 나머지 혐의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손 검사장은 재판이 종료된 후 “사실관계, 법률관계 모두 수긍할 수 없다. 항소해서 다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