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 탓에 소매판매도 2년째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늘면서 산업생산이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올해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 지수(2020년=100)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산업생산지수는 2021년 5.3% 증가한 이후로 3년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작년 산업생산이 증가한 것은 서비스업 덕분이다.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줄며 1998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생산은 5.3% 줄며 2001년(-15.3%) 이후 25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의 한 부스에서 관계자가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0.2%) 판매는 늘었지만 비내구재(-1.8%), 준내구재(-2.6%)가 줄어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전년(-0.3%)에 이어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가 작년과 재작년 좋지 않았던 상황이고 금리나 환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설비 투자는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에서 줄어 5.5% 감소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다.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수주(경상)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19.1% 감소했다.
작년 12월 산업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에서 모두 증가해 전달보다 0.3% 늘었다. 반도체(8.5%)·자동차(4.7%) 생산 증가로 제조업 생산이 0.6% 늘면서 광공업은 0.6% 증가했다. 제조업의 재고율은 107.7%로 전달보다 8.6%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소매판매는 0.8% 감소해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는 기계류(8.9%)가 늘면서 5.5% 늘었다.
다만, 올해 우리 경제는 작년의 불황을 딛고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지만,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우리나라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제시한 전망치(2.2%)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며, 정부(2.2%)·한국은행(2.1%) 전망치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3%)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