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돈 벌었는데 AI 때문에 해고“…빅테크 연초부터 해고 ‘칼바람’

미 주요 빅테크들의 로고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연초부터 빅테크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또한 AI 때문에 대규모 인력 조정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고 상황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layoffs.fyi)에 따르면 1월 기준 실리콘밸리에서만 89개 기업이 약 2만5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AI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들어 음성 비서 담당 부서와 픽셀, 핏빗을 담당하는 팀에서 1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광고 영업팀도 수 백명을 줄였다. 광고 영업 직원의 경우 AI 기술로 해당 업무를 대체하면서로 알려진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100여개의 직책을 없앴으며, 애플은 음성인식 AI 비서인 시리 담당 부서를 통째로 없앴다.

아마존은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운영 담당 부서 직원 수백 명을 줄였고,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도 정규직 인력의 약 9%인 1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5일 게임 부문에서 약 19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MS 게임 부문 전체 직원 2만2000명 중 약 9%에 해당한다. 이 같은 감원에 대해 분석가 주스트 반 드류넨은 “지난해 블록버스터급 게임이 여러 차례 선보인 후 올해는 상대적으로 게임 출시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은 올해 25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계획이다.

알렉스 크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회사는 직접적인 인원 감축과 올해 채용을 없앰으로써 적정한 회사의 규모를 조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 페이팔의 전체 직원이 2만9900명임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인원은 전체 약 9%에 달한다. 페이팔은 간편 결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등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물류업체 UPS도 30일 관리직 직원들을 중심으로 1만2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UPS는 향후 배달 물량이 늘어도 감축한 관리직 직원 규모를 이전 규모로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캐롤 톰 UPS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감원은 회사 운영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AI를 비롯해 신기술을 통해 영업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관련해 NYT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술 인력을 감축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에게 대참사가 됐을 것”이라며 “현재 대기업들은 더 적게 투자할 계획이고, 특정 유형의 일자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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