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주호민이 씨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 씨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 교원단체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며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특수교사의 현실과 학생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교육적 목적, 전국 56만 교원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한 판결로서 유감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혐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하는 판결이다.

교원단체들은 특히 주 씨 대화 녹음이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된 점을 지적했다. 주 씨 측은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등의 발언이 남긴 녹음을 토대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이번 수원지법 판결은 불법 몰래 녹음을 인정해 학교 현장을 사제 간 공감과 신뢰의 장이 아닌 불신과 감시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몰래 녹음과 아동학대 신고가 이어질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교원이 고통받고 교육현장이 황폐화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판결은 학부모 등 제3자에 대한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임을 밝힌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고도 덧붙였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가 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아울러 이들은 “특수교육 여건상 교사는 지도과정에서 좀 더 강하게 의사를 표현하거나 제지해야 하는 상황이 있고 혼자 넋두리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만 몰래 녹음한 내용으로 처벌한다면 어떤 교사가 자유로울 것이며 누가 적극적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임에도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를 이유로 신고가 이뤄지고 유사 사건임에도 조사·수사 기관과 재판마다 그 결과가 제각각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학교 현장에서 납득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교실반 교실에서 당시 9세이던 주 씨 아들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 등 발언하는 등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