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결산’ 中 리스크 맞은 우울한 첫출발…“가계부채 증시 ‘뇌관’ 될라”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해 8% 넘게 뛰면서 출발했던 새해 첫달 코스피 지수가 6% 가까이 내리면서 흔들리고 있다. 주요 수출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우려에 수급 여건 마저 녹록치 않은 탓이다. 특히 국제 증시에서 중국과 함께 나란히 낙폭을 키우면서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중국과 함께 높은 부채비율이 부각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가계부채가 향후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유동성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韓·中 나란히 최하위권=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새해 첫 달 5.96% 하락한 2497.09(1월 31일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G20 중에서 중국(심천종합 -15.94%·상해종합 -6.27%)을 제외하고 꼴찌다. 1월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S&P500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운 흐름과도 대조적이다. 일본은 첫달 8.43%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1만6212.23)까지 7% 거리만 남겨두고 있다. 2년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대만 증시와의 시총 격차도 이제는 약 150조원로 벌어졌다.

1월 증시 분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한 해 주식 시장의 분위기가 갈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월 증시의 방향성이 그해 연간 증시 수익률을 결정짓는다는 미국 증시의 ‘재뉴어리(January·1월) 바로미터’ 이론이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를 통해 최근 30년간(1994~2023년) 매해 1월 코스피 지수 등락률과 연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지수에서도 셋 중 두 번꼴로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하락 시 연간 하락 확률이 60%에 달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1월 코스피 지수는 8.44% 오르면서 증시 회복을 예고하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 풀리던 유동성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0일 기준 51조2334억원이다. 작년 말 52조7537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새 1조5203억원 넘게 빠졌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안전하게 MMF·美 증시로 간다=주식시장이 불안하자 초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이 몰렸다. ‘큰손’으로 분류되는 법인 투자자금이 대부분인 MMF 시장 규모는 11개월 만에 200조원(201조7362억원)을 재차 넘어섰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기관투자자는 8조7540억원을 팔아지웠다. 삼성전자(-3조5770억원), SK하이닉스(-3450억원), 두산로보틱스(-2880억원) 순으로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조2070억원, 3조420억을 순매수하며 기관이 던진 삼성전자 물량을 소화했다.

‘빚내서 투자(빚투)’도 줄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17조8109억원으로 최근 보름 사이 5370억원 줄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고 남은 돈을 말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에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에코프로(-365억원), 에코프로비엠(-154억원), JYP엔터테인먼트(-116억원) 등 2차전지와 엔터주를 중심으로 감소한 반면, 셀트리온제약(326억원), SFA반도체(1589억원), 리노공업(147억원) 등 바이오와 반도체는 빚투가 늘었다.

전문가는 중국 증시와 한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재욱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의 투자 매력이 약해지다보니 신흥국을 택하기보다 성장세가 더 뚜렷하고 우량한 기업이 많은 미국 증시로 자금 유입세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은 대미 수출이 호전세가 부각되면서 자동차, 반도체, 기계업체 업종들로도 매수세가 몰리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높은 가계 부채를 원인으로 꼽은 진단도 있다.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과정에서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한중 증시 동조화 현상은 단순히 수출 실적 우려 차원이 아니라 중국과 함께 높은 부채 비율이 부각되면서 유동성이 말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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