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8조’ 달린, HMM·아시아나 매각전 주목 [주간 '딜'리버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HMM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진행하면서 약 8조원의 공적자금 회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HMM의 경우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 측과 본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산은 계획대로 대한항공에 합병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HMM과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공적 자금은 총 8조4055억원이다. 세부적으로 HMM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과 함께 4조55억원을 지원했다. HMM이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를 개시했던 2016년부터 출자전환과 유상증자, 영구채 인수 등을 통해 투입한 자금이다. 산은 몫이 1조9612억원, 해진공은 2조443억원을 기록 중이다. 배당금 수령액을 제외한 미수금은 지원금과 동일하다.

아시아나항공에는 수출입은행과 함께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으며 대출과 영구채 인수 형태로 지원이 이뤄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차입금 9400억원을 상환하면서 산은 측의 미수금은 2조6600억원을 기록 중이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2020년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고 대한항공이 산은의 지원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당초 산은은 2021년 하반기 해당 거래 종결을 기대했으나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됐다. 합병의 핵심 관문으로 여겨졌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우 대한항공의 독과점 이슈 시정조치안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알려졌다. EC는 이달 중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일본에서는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 반납 등을 조건으로 양사 합병을 승인했다.

아직 미국 법무부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합병의 가부를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면 합병반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방식이다. 미국은 EC와 마찬가지로 화물 운송과 일부 도시 여객 노선 독과점을 문제 삼아 합병을 반대하는 상태였다. 대한항공은 미국 여객노선 이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을 준비하고 있어 미국 법무부 역시 기업결합을 긍정적으로 판단할 개연성이 커졌다.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불확실성이 감소하면서 산은의 공적자금 회수 기대감도 높아졌다. 물론 합병 이후 시정조치안 이행을 위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등 절차를 고려하면 산은의 최종 엑시트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현재로선 HMM의 회수 성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의 팬오션, 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이달 둘째 주 안에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 성사 시 산은이 해진공과 함께 2조3255억원을 들여 확보한 HMM 지분 57.9%를 매각해 6조4000억원을 현금화한다.

경영권 매각으로 지원금의 약 2.8배를 회수하며 산은 측에 남는 영구채를 고려하면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잔여 영구채의 액면가는 1조6800억원, 보통주 전환을 감안한 시장가치는 6조원 이상이다.

영구채는 산은이 HMM 구조조정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인 동시에 엑시트를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매각 이후에 영구채 전환권을 행사하면 32.8%의 지분을 소유해 2대 주주로 남는다. HMM 새 주인으로 예정된 하림 측 지분율은 38.9%다. 하림 입장에서 정부와의 낮은 지분 격차는 HMM 경영 의사결정에 부담될 수 있다.

HMM은 정부 측 영구채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이번 거래 성사 여부에 시장 주목도가 높다. 만약 좌초될 경우 산은은 해운업 불확실성에 따라 HMM 재매각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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