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전투기 핵심, 스텔스 메타물질 이미 개발했다[오상현의 무기큐브]

조형희 교수는 '차세대 항공기를 위한 시각/레이더/적외선 동시 회피 복합 스텔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스텔스 메타물질을 활용해 기체 동체의 적외선 탐지 회피가 가능하게 하는 6세대 전투기 기술이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조형희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의 연구목록을 보다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보였습니다.

‘차세대 항공기를 위한 시각/레이더/적외선 동시 회피 복합 스텔스 기술’이 그것입니다.

보통의 스텔스 기술이라고 하면 레이더의 반사면적을 줄여서 실제 큰 물체를 레이더에서는 작게 보이게 하는 기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조 교수의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뿐 아니라 시각과 적외선을 동시에 회피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이런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형희 교수는 우선 “물질의 특성을 바꿔서 성질을 바꾼 것을 메타물질이라고 하는데 적외선 대역에서 메타물질의 성능을 갖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텔스 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탐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추가됐는데 그 중 하나가 적외선, 즉 열을 감지하는 방법”이라며 “전투기 엔진 열을 감지하고 적외선 추적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플레어를 뿌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사진. 지난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국방기자단 초청, 국정과제 성과 확인 및 현장 소통을 위한 방위사업청장 방산 현장 방문’에서 KF-21이 격납고를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적외선 선택적 방사로 레이더 기만하는 ‘투명망토’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전투기는 당연히 엔진에서 높은 온도의 열을 내뿜습니다.

그리고 기체 표면에서도 열이 발생하는데,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공기와 부딪히면서 마찰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공력가열이라고 하는데, 음속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면 기체 표면 온도가 50℃ 높아지고 마하 1.5가 되면 거의 100℃ 이상 된다고 합니다.

조 교수는 “엔진에서 나오는 열은 온도가 높기 때문에 적외선의 파장대가 3~5㎛대역으로 내보내게 되고 그에 비해 기체 표면의 온도는 낮아서 8~12㎛대역으로 에너지를 내보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5~8㎛대역은 다 대기중에 있는 수분이 흡수한다”며, 따라서 “지금 개발돼 사용되는 적외선 탐색기는 3~5㎛, 8~12㎛대역의 에너지를 탐지한다”는 겁니다.

앞서 조 교수가 언급한대로 전투기 엔진에서 발생하는 3~5㎛대역의 적외선 탐지와 추적은 플레어로 기만을 할 수 있지만 기체 자체에서 내뿜는 8~12㎛대역은 지금까지 적외선 탐지와 추적을 따돌릴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조 교수가 찾은 방법은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방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는 “이런 기술을 ‘선택적 방사’라고 한다”며 “대기중으로 흡수되는 5~8㎛대역으로만 에너지를 다 내보내고 3~5㎛, 8~12㎛대역은 에너지를 내보내지 않는 그런 메타물질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적외선 탐색기로 보면 보이지 않는 일종의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조형희 교수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초음속 풍동실험실에서 스텔스 메타물질의 성능 시연 결과를 보여줬다.[헤럴드DB]

머신러닝·AI기술 이용해 가시광선 기만 연구 지속

모든 물제는 적외선 에너지를 방사합니다.

보통 방사율이라고 하면 0~1까지 값을 갖고 있는데 통상 우리 몸은 0.7~0.8 정도의 방사율을 갖고 있습니다.

조형희 교수의 스텔스 메타물질은 이 방사율을 달리합니다.

조 교수는 “저희가 하는 방법은 탐지되는 3~5㎛대역, 8~12㎛대역은 방사율을 0.1까지 낮추고, 5~8㎛대역은 0.8~0.9 정도로 높여서 에너지를 그쪽으로 다 내보내는 방법”이라며 “실제 탐지되는 대역은 에너지를 낮추는 스텔스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 교수는 프로파일럿 제작진을 초음속 풍동실험실로 안내했습니다.

그곳에서 실제 스텔스 메타물질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섭니다.

초음속 풍동실험실에서 스텔스 메타물질을 붙이고 마하 3의 환경에서 실험한 적외선 영상을 확인해보니 메타물질이 부착되어 있는 곳은 공력가열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주변과 동일한 색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 교수는 “이 물질을 비행기 날개나 표면에 붙일 수 있게 유연한 재질로 만들었다”며 “이 때문에 레이더를 흡수하는 물질이나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아 레이더 스텔스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적외선 스텔스 기능도 갖출 수 있는 듀얼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교수는 이 기술을 머신러닝과 AI기술을 이용해 적은 면적에만 사용하고도 탐색이 되지 않고 가시광선도 기만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이 기술을 미국에 국제 특허로 등록했고 국내에서 특허 5건을 출원·등록했습니다.

조형희 교수의 스텔스 메타물질 연구는 대우조선해양의 3000톤급 잠수함 기술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등과 함께 ‘2022 대한민국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자료사진. 지난해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린 ‘국방기자단 초청, 국정과제 성과 확인 및 현장 소통을 위한 방위사업청장 방산 현장 방문’에서 KF-21이 격납고를 나와 비행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세대 엔진 핵심은 바이패스비 조절하는 가변형 엔진과 고출력 발전기

열정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지평을 열고 있는 조형희 교수가 전망하는 6세대 전투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는 선진 기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에서 그 방향성을 조망했습니다.

조 교수는 “미국은 벌써 5세대 전투기라고 말하는 F-22를 종료시키고 ‘스텔스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B-21로 가고 있다”며 “엔진 쪽에서는 바이패스비가 낮은 전투기의 엔진을 가변형으로 만들어서 엔진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이패스비는 압축기를 거쳐 배출되는 공기 유량과 연소기 및 터빈을 거쳐 배출되는 공기 유량의 비율을 말합니다.

또 “지금 대부분의 항공기는 APU라는 보조동력장치에서 전력을 공급하는데 레이저 무기 등 고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 전력공급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1㎿급 발전기 2개를 붙여서 필요할 때 고출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엔진이 6세대 엔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스텔스 메타물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 레이더에 작은 크기로 잡히게 하는 ‘RCS 저감기술’이 5세대의 축이라고 한다면 6세대는 IR과 가시광선까지, 즉 적외선센서는 물론 시각도 기만할 수 있는 스텔스 기술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형희 교수가 인터뷰에서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기술로 전투기 엔진을 만들고 조형희 교수가 개발한 스텔스 메타물질이 적용된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날이 조금 더 앞당겨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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