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분구 대상인 순천시 일부(해룡면)를 인위적으로 떼어 내 광양에 편입시킨 뒤 '순천·광양·곡성·구례 을'이라는 기형적 선거구로 만든 게리맨더링의 대표 사례. [소병철 의원실 자료] |
[헤럴드경제=박대성 기자] 중앙선관위가 분구 대상으로 거론한 전남 순천시의 단독 분구 대신 인접 도시인 여수시와 묶어 갑·을·병으로 나누는 획정안을 유력안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사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수·순천지역 후보들은 4·10 총선을 60여 일 앞둔 가운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여태 못하는 데다 자의적인 개리멘더링을 우려하며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서갑원 예비후보(민주당)는 5일 "순천은 그 자체로 분구 요건이므로 단독 분구를 해야지 여수·순천을 묶어 3석으로 획정하는 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은 맞지 않는다"며 "이런 식이라면 전국의 모든 선거구를 갑·을·병·정·무·기·경으로 나눠야 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친명' 후보임을 부각시키고 있는 김문수 예비후보도 "여순 갑·을·병 소식이 나오고 있어 중앙당에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순천이 여수 인구를 추월했으므로 기존 여수 2석, 순천 1석을 순천 2석, 여수 1석으로 합구해야 이치에 맞는거 아니냐"고 했다.
민주당 여수시을 권오봉 예비후보(전 여수시장)는 "선거구의 자의적 분할·합병에 의한 선거구 재분할은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게 이점을 주거나 불리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공정한 선거 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순천시의 경우 특히 4년 전에도 자체 분구 대상이었음에도 인위적으로 해룡면(인구 5만7000명)을 적출해 인근 광양에 병합시킨 뒤 '순천·광양·곡성·구례 을' 지역구로 만든 전례가 있어 이 경우 해룡면이 이번에는 율촌·소라면과 묶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순천 신대지구 주민 이지현(36) 씨는 "4년 전에도 우리 해룡면 주민들은 행정구역상 순천시 임에도 인접 지역인 광양에 묶여 타 지역 후보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며 "행정구역과 불일치하는 선거구 획정으로 신대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지경이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5조(국회의원 지역구의 획정)에는 '하나의 자치구·시·군의 일부를 분할하여 다른 국회의원지역구에 속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