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도입된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은 지난해까지 기업 출연 2조6600억원으로 중소기업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수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산재예방이 화두가 된 상황을 감안, 최근 6년간 실적을 살펴보니 기업 50곳이 335억원을 출연해 협력사 안전진단, 안전장비, 안전관리자 임금 등을 지원하고,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관심이 높아졌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에 협업을 제안했다. 수요조사 등 1년 간 준비와 협의를 거쳐 공단과 재단은 2월 초 ‘원·하청 안전동행 지원사업’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고용부 예산 320억원(40%)과 원청기업이 출연하는 상생협력기금(40~60%)을 제조 중소기업의 자부담(0~20%)과 연계해 노후위험설비 교체·위험공정 개선비용으로 총 800억원을 지원하게 된다. 다만 사내협력사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며, 중소기업 자부담은 융자도 가능하다.
뜨거운 쇳물을 다루는 주조공정, 끼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프레스공정,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도금공정 등에서 산재는 한순간에 발생한다. 안전관리자 지정, 안전수칙 교육, 사고발생시 처벌로 예방은 한계가 있다. 로봇, 자동화, 안전구조물 설치 등 설비교체와 공정개선도 매우 중요하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서 77% 중소기업은 대응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산재사고는 작은 기업에서 더 많이 발생하지만 이를 방지할 기술, 여력은 더 부족하다. 산업재해가 달가운 중소기업 대표는 없다. 그래서 준비를 위한 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는 것 아닌가.
기업의 필요와 사회적 관심, 상생협력을 장려하는 동반성장 평가제도, 기금출연시 세제혜택 등을 고려할 때 ‘원·하청 안전동행 지원’은 효과적인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의 중요성, 제안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해준 공단과 고용부 입장을 생각하면 재단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업 성공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동반성장, 상생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은 ‘상생협력’을 대-중소기업간은 물론 중소기업 상호간의 이익증진을 위한 공동활동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기금출연 등 상생 노력을 해야 할 주체를 대기업으로 한정하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대기업과 1차 협력사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많은 기업이 서로 협력해야 상생이 확산될 수 있다.
정치권이 명분, 이념에 매몰되면 매사를 강자와 약자, 선과 악으로 나누려 하며 이런 이분법이 사람의 생각과 정책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중소기업이 출연한 대·중소기업상생협력기금이 전체의 0.5%에 불과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기업에게 2, 3, 4차 협력 중소기업 안전을 다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대·중소기업상생에서 경제적 우열관계 상생으로 개념 전환이 절실한 이유다. 노자 도덕경은 다스림이 과한 정치는 백성을 흠결 많은 죄인으로 만든다고 경계한다(其政察察 其民缺缺). 강력한 법보다 인식수준 제고가 먼저다.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