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독살하려고 한다” 망상 속 동료 택시기사 살해…징역 20년 확정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동료 택시기사가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살해한 택시기사에게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다.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망상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인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살인,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를 받은 A(6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중랑구에서 옆집에 살던 동료 택시기사를 흉기로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범행 직후 세 들어 살던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가족의 집으로 도주한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자신의 여동생 등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독살하려고 한다는 망상을 가졌다. 범행 당일에도 A씨는 피해자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는 위급한 순간에도 “사주한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A씨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A씨가 집에 불을 지른 건, 집주인도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살인 범행 직후 자신의 집에서 샤워를 하고 커피를 타마시며 24시간 넘게 머물렀다. 이후 집주인에게 복수한다는 명목으로 휘발유를 뿌려 집에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다행히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13형사부(부장 이태웅)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동시에 촐소 후 5년 간 보호관찰(정신과 치료 등)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시받지도 못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어 “A씨가 (자신에 대한 독살) 사주 사실을 밝히기 위해 피해자의 거래내역을 조사해 달라고 하는 등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A씨가 범행 당시 망상장애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심신미약 상태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감형해줬다. 또한 검사가 청구한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기각했다. 1심 법원은 “장기간의 실형을 선고하므로 장래에 재범을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1-2형사부(부장 김우진 마용주 한창훈)는 검사와 A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20년 선고와 함께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형량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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