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22년 기준 미국 S&P 500에 속한 기업 중 70%는 RSU와 같은 조건부 주식 보상 제도를 시행할 정도로 RSU가 해외에서는 이미 검증된 보상 제도라는 평가다.
RSU는 현금 성과급 대신 일정 기간 이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임직원 보상 제도이다. 단기 성과보다 임직원의 책임 경영과 장기 성과 창출을 위해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03년 RSU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애플과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RSU를 활용하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지난해 받은 주식보상 4000만달러(533억원) 중 1000만달러(133억원)는 RSU이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임직원 보상 제도로 RSU가 아닌 ‘스톡옵션’을 주목했다. 스톡옵션은 성과를 달성한 직원에게 특정 가격에 기업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이다. 주가에 따라 스톡옵션을 아예 행사할 수 없는 등 시간이 흘러 스톡옵션에 대한 단점이 두드러지자 RSU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RSU는 주가에 상관없이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임직원에게 나눠준다.
RSU는 일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상장사 중 RSU 도입 비율이 2021년 기준 31.3%(352개사)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고위 경영진에게 제공되고 최대 5년간 매각을 금지하는 조건을 두고 있다. 박태윤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존 현금성 위주의 성과급 체계에서는 직원들이 단기 성과만 고려할 수 있다”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RSU 도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RSU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0년 한화를 시작으로 LS, 두산, 네이버 등이 RSU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RSU를 우선 적용하고 있다. 적용 방식은 기업에 따라 상이하다. LS, 두산, 네이버 등의 임원 성과 보상이 기존 체제에 RSU가 추가됐다면, 한화는 RSU만을 택하고 있다. 지급 시점의 경우 LS, 두산이 ‘3년후’, 한화는 ‘최대 10년후’이다.
전문가들은 RSU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에도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김광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주식보상제도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RSU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야만 완전히 소유권이 이전되는 만큼 직원들의 장기 재직을 장려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설명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