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 [AF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차량 리콜 등 잇단 악재에도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면서 일본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조엔(미화 약 3381억달러/한화 약 447조원)을 돌파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1123만대의 차량을 판매하면서 전세계 신차 판매 1위는 물론이고 2위인 독일 폭스바겐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기세를 잇기 위해 도요타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에 출자하고, 미국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도요타 주가는 도쿄 증시에서 장중 사상 최고가(3148엔)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4.78% 오른 3135엔으로 마감했다. 이로써 도요타 시총은 1996년 6월 10조엔을 돌파한 후 28년 만에 50조엔을 넘어섰다.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낙관적이다. 3월 결산하는 도요타는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80% 증가한 4조9000억엔으로 제시했다. 기존 4조5000억엔보다 상향 조정됐으며 전문가 예상치(4조 7187억엔)를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 전망치 역시 17% 증가한 43조5000억엔으로 제시했다. 순이익의 경우 84% 증가한 4조5000억엔으로 2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의 실적을 견인한 건 하이브리드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체 도요타 차량 판매 중 하이브이드(4분기 기준)는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하이브리드 판매가 늘면서 전체 판매량은 1123만대로 전년 대비 7.2% 증가해, 920만대를 판매한 2위 업체 폭스바겐을 한참 따돌렸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2년 안에 5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야자키 요이치 도요타 부사장은 “하이브리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 [로이터] |
엔화 약세 특수를 누린 덕도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도요차 자동차 판매량이 28% 급증했는데, 달러 대비 엔화 가격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자동으로 확보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내에서 도요타 하이브리드 모델인 ‘시에나’를 구매하려면 대략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경쟁업체 추격전이 거세지면서 이전과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도요타도 다방면의 투자전략을 내놓고 있다. 전날 도요타는 대만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에 신규 투자자로 합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TSMC와 소니그룹, 덴소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JASM은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 현에 반도체 제1공장을 건설 중이다. 제1공장은 24일 개소식을 갖고 가동에 들어간다. 구마모토 제2공장은 올해 착공해 2027년 말 6나노 공정 제품 생산에 나선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TSMC에 출자한 것은 일본 내 반도체 생산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첨단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도요타는 최근 ‘라피더스’에도 출자했다. 2022년 8월 도요타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사가 설립한 라피더스는 일본이 TSMC를 따라잡겠다며 만든 반도체 회사다.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난달 그룹사의 잇단 품질 인증 부정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AFP] |
같은 날 도요타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해 미국 켄터키 공장에 13억달러(약 1조 7000억원)를 투자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이는 도요타가 2023년까지 순수전기차(BEV)에 35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계획의 일부다.
도요타는 해당 투자가 배터리 셀을 다른 전기차용 팩으로 조립하는 라인을 추가하는 것을 포함해 향후 전기차 생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