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다이소·20대 올영·30대 네이버·40대 쿠팡 [뷰티의 진화, 디토가 대세]

“필요한 화장품은 있는데 어디서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일단 ‘올영(올리브영)’에 가요. 집에서 가깝고 인기 있는 제품은 다 거기 있거든요.”

디토(Ditto) 소비. ‘나도(me too)’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디토(Ditto)에서 착안된 신조어다. ‘트렌드코리아 2024’는 디토 소비를 올해의 10개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소비자는 정보 과잉 시대에서 수많은 선택지에 마주한다. 뷰티 소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제품부터 셀 수 없이 많은 판매처까지,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이들은 누군가를 따라 사거나 별점이 높은 매장을 찾는다. 실패를 줄이는 차원에서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맹목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간을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 개인의 주체적인 선택으로 이뤄지는 행위, 바로 디토 소비가 뷰티 부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다만 선택의 결과는 세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세대마다 ‘믿고 따라가는 곳’이 다르다는 의미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는 올해 1월 5일부터 8일까지 만 15~59세 전국 거주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뷰티 트렌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연령대별로 뷰티 제품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매장이 뚜렷하게 달랐다.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 Z세대+2010년 이후 출생 알파세대)’는 올리브영과 다이소 이용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높았다. 올리브영을 이용한다(중복응답)고 답한 10대 응답자는 전체 10대 중 71.2%, 20대는 전체의 72.6%였다. 같은 기준으로 다이소는 10대가 21.6%, 20대가 11.8%로 나타났다.

반면 30대부터는 온라인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네이버쇼핑에서는 30대 응답자의 49.4%가, 쿠팡 등 오픈마켓은 40대 응답자의 45.1%가 뷰티 제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다이소에 따르면 멤버십 데이터 기준 지난해 화장품 판매금액의 연령대별 비율의 약 24%가 10·20대였다. 최근 화장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다이소는 빠른 성장세로 매출도 증가세다. ‘리들샷’ 등 주요 인기 뷰티 제품은 ‘품절 대란’이 이어질 정도로 효자 품목이다. 이에 힘입어 다이소는 매년 10%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3조원 클럽’ 입성이 확실시됐다.

다이소 관계자는 “10대는 제품을 구매할 때 본인 멤버십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다른 세대보다 비율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현재 주요 고객층은 20·40대지만, 미래 소비자는 10·20대”라고 말했다.

다이소는 많은 매장 수를 바탕으로 저렴한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며 뷰티 제품의 연령대를 낮췄다. 화장품을 구매하는 10대들이 주로 구매하는 채널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네 상권에서 일반 슈퍼마켓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다이소는 매장 수가 계속 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모가 커졌고, 취급하는 품목이 많아지면서 오프라인의 핵심 채널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다이소를 자주 찾는 젊은 세대는 싸고 좋은 제품이 많은 장소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기성세대보다 많을 것”이라며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물건이 있는 점포인데 가격은 더 싸니 거부감이 사라지고 소비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10·20대는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제품이 모여있는 매장을 선호했다. 헤럴드경제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중복응답)로 ‘다양한 제품(68%)’을 꼽기도 했다.

황진주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레니엄 세대와 X세대는 이미 여러 브랜드를 써 본 경험이 있어 소비행태가 굳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은 쉽게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다이소와 올리브영은 각각 가성비와 유행을 선도하는 공간으로 잘파세대의 발길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새날·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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