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쟁 지양해야” 野 “불통만 확인된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KBS 신년 대담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이를 ‘몰카 공작’으로 규정하고, 사과가 아닌 아쉬움을 표현하는 정도에 그치자 여야의 반응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공개발언에서 다가올 설과 관련해서만 이야기했을 뿐,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오던 김경율 비대위원도 이날 회의에선 관련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담과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께서도 계속 ‘아쉽다’고 하셨는데 저도 똑같은 말씀을 반복하겠다. 아쉽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회의에선 4·10 총선에서 광주동구남구을에 출사표를 낸 박은식 비대위원만이 관련 발언을 했다. 박 위원은 “본질이 저열한 몰카 공작이었더라도 경호팀에서 걸러졌더라면, 그리고 (김 여사의) 돌아가신 아버님과 인간적인 관계를 내세웠을지라도, 파우치를 사용 안 하고 보관했더라도, 애초에 (만남을) 거절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여론을 겸허히 수용해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제도를 언급한 만큼 더 이상 정쟁을 지양했으면 한다”고 했다.

박 위원은 그러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와 관련된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저열한 몰카 공작을 당하고 사익 추구한 일이 없는 사건이었지만, 우리 당에서 많은 인사가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반면, 민주당은 타지마할 여행 및 의상 논란, 책에도 나온 법인카드 사용 사건을 두고 반성의 목소리 내셨나”라며 “이제는 이 이슈를 넘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민주당의 인물 대결,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 중 김 여사 관련 발언에 대해 ‘불통’, ‘유체 이탈’, ‘오만·뻔뻔’ 등 표현을 쓰며 질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신년대담으로 지금의 궁색한 처지를 모면하려 했으나, 아쉬움과 불행함만 더 했다”며 “오히려 국민과 괴리된 불통만 확인된 시간이었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며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한 것과 관련, “더욱이 책임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이런 억지 주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퇴임 하루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정 공로 방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한마디로 반성도 사과도 비전도 없는 전파 낭비이며, 방송 전체가 선거 중립 위반 시비감으로 국민을 졸로 보고 바보로 본 우민의 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박상현·신현주·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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