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또 한번 역대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강세를 보인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7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6.00포인트(0.40%) 오른 38,677.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0.83포인트(0.82%) 상승한 4,995.06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47.65포인트(0.95%) 오른 15,756.64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이전 고점을 넘어서며 5,000고지에 바짝 다가섰으나 장중 4,999.89까지 올라 5,000 돌파에는 실패했다. 지수는 2021년 4월에 4,000을 돌파한 후 거의 3년 만에 5,000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날 주가 오름세를 뒷받침한 것은 주요 기업들의 호실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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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4분기 실적발표가 절반을 넘어가는 가운데, 대다수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에서 70%가량이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이는 역사적 평균인 63%를 웃돈다. 또 지난해 4분기 주당순이익은 전년 대비 1.9%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역성장을 보일 것이라던 당초 우려와 달리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랠리는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 엔비디아의 주가가 이날 모두 2% 이상 올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포드는 매출이 예상치를 웃돈 데다 테슬라의 차기 '모델2'에 경쟁할 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는 6% 이상 올랐다.
이 밖에도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주가는 가격 인상 등으로 회사의 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7% 이상 올랐다. 로블록스의 주가는 분기 총 예약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고 가이던스도 예상치를 웃돌면서 10% 이상 상승했다. 우버는 예상치를 웃돈 실적 발표에 강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인페이즈 에너지는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한 실적에 이익률이 개선됐다는 소식에 주가는 17%가량 상승했다.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만이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고 가이던스에 대한 실망으로 주가는 34%가량 급락했다.
S&P500지수 내 부동산과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9개 업종이 모두 올랐다. 기술과 임의소비재 관련주가 1% 이상 상승했다.
이날도 미 연준발(發)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목소리는 계속됐지만 투자자들의 투심을 앞서진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춘 이후 연준이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올해 2~3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판단할 때 2~3회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가 올해 3회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언급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연준이 금리 인하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내 예상은 불확실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도 연준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로 지속 가능하게 돌아올 때까지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들이 이르고 빠른 금리 인하 대신, 늦고 더딘 속도의 금리 인하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하면서 시장의 기대가 재조정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결국 올해 연준이 피벗(pivot, 금리 인하)을 개시할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 덕분에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글로발트 인베스트먼츠의 키스 뷰캐년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급격한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증가세를 보이는 점이 주가를 떠받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실적 보고서를 받아 들고, 파월의 메시지는 ‘더 높이 더 오랜 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더 높지만, 그리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금리’ 기조로 변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8.5%를 기록했다.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3.4%에 달했다.
미 증시 주요 지표의 강세는 8일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증시 반도체 대표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7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1.62% 상승한 4408.73을 기록한 것이 긍정적 요소다. 국내 시총 1,2위 종목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섹터의 투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0.3~0.5% 상승 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증시 대표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금융 당국이 주도하는 주가 부양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6일 종가 기준 한·미·일 3국 대표 주가 지수의 최근 10년간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35.03% 상승할 때 미 S&P500 지수는 179.36%, 일 닛케이225 지수는 155.4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증시 대표 지수에 비해 미국이 5.1배, 일본이 4.4배 더 빠르게 성장한 셈이다.
새해 들어 정부가 일본의 ‘주주친화정책’을 벤치마킹한 정책 도입을 예고했다. 일본처럼 기업지배구조가 건강한 상장사만 솎아 지수도 개발하고 ETF(상장지수펀드)도 출시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는 지배구조 정책은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제도라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 금융당국 역시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정량적 지표 개선뿐만 아니라 주주권익·이사회 체제 강화 등 질적 개선에도 수년에 걸쳐 공을 들였다는 분석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기업들의 주가 제고 유도 방안인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가를 포함한 기업가치를 제고할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상장사는 앞으로 기업가치(PBR, ROE 등)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등 계획을 기재해야 한다. 적용 대상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시총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 시총 상위 150개사 등이 유력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자사주 정책을 손보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려는 모습이다. ‘밸류업’은 전용 플랫폼을 운영하기보다 기업의 자율공시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