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지난해 쓰지 못한 예산이 45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걷은 세금에서 지출하고 남은 금액인 세계잉여금도 2조7000억원에 달했다. 국세수입은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예산대비 56조4000억원 줄었다.
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를 보면, 지난해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한 총세입은 497조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조9000억원(-13.1%) 감소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 세수 재추계 당시 예상했던 341조4000억원보다는 2조70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작년 국세 수입이 급감한 것은 기업실적 악화와 자산시장 위축 탓으로 분석된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 수입은 전년(2022년) 대비 23조1509조원(-22.4%) 급감했다.
2022년 4분기 이후 본격화된 경기둔화로 2022~2023년 상반기 기업 영업이익이 급감한 탓이다. 실제 2022년 상반기 63조6000억원을 기록한 상장사 영업이익(개별기준)은 지난해 상반기 18조8000억원으로 70.4%나 급감했다. 반도체 생산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한 탓이다.
소득세 수입도 전년 대비 12조9156억원 덜 걷혔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로 인해 양도소득세가 14조6773억원(-45.5%)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순수토지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32.4% 급감했고, 주택매매거래량 역시 7.1% 감소했다.
종합소득세도 2조5021억원 감소하며 전년 대비 10.5% 줄었다. 또 2022년 7314억달러이던 수입이 지난해 6247억달러로 12.1% 줄면서 부가가치세와 관세가 각각 7조8517억원, 3조358억원 줄었고, 교통세 역시 유류세 한시 인하로 2728억원 감소했다. 이밖에 공시지가가 전년보다 18.6% 떨어지면서 종합부동산세도 2조2023억원 감소했다.
총세출은 예산현액 540조원 중 490조4000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대비 69조3000억원 감소한 액수다. 예산 집행률은 90.8%(일반회계 90.3%·특별회계 92.9%)로 집계됐다.
결산상 예산 불용 규모는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국세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감액조정한 지방교부세(금) 18조6000억원과 회계·기금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16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용은 10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반기 재난·재해 발생 감소로 지출소요가 낮게 발생한 예비비 불용(3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업비 불용은 7조5000억원으로 전년(6조8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집계된 불용액은 순세계잉여금으로 처리된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6조5000억 원이었다.
여기서 다음 연도 이월액 3조9000억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400억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이 2조6000억원이었다. 이 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4월 결산 후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등을 거쳐 국회 동의 없이 추경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역대 최대 규모의 불용에도 정부는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1.4% 가운데 정부가 0.4%포인트 기여,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정부기여율(29%)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정부는 지난해 국세수입 감소에도 기금여유재원, 세계잉여금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및 경제활력 지원을 차질없이 집행했다”고 밝혔다.
세입·세출부 마감은 지난해 정부의 세입·세출을 확정하는 절차다. 정부는 이 실적을 토대로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해 감사원 결산 검사를 거친 후 5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