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회사분할제도가 들어온 것은 1997년 외환위기 국면이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도입된 회사분할제도는 성장성이 눌려 있던 사업부를 독립된 회사로 분할시키는 것인데, 이 제도를 활용해 독립한 회사들이 성장의 날개를 달게 되자 주목받게 되었다. 국내의 회사분할제도는 규제의 변화에 따라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번갈아 가며 주로 사용되는 변천을 겪게 된다. 인적분할이 주로 사용되자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분을 늘려주는 소위 ‘자사주의 마법’이 발생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결과 물적분할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나 자회사가 모회사로부터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모회사 주주들이 소외된다는 비판을 직면하였고, 그로 인해 다시 인적분할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회사분할제도는 회사법 체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증처방(patchwork)으로 개정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회사분할제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분할 후 자사주처리 또는 분할 후 상장 같은 문제를 마치 분할제도 자체의 문제인 것처럼 오진(誤診)하고 처방한 탓에, 분할제도가 누명을 쓰고 있다. 금융위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겠다는 방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인적분할 국면에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여 지배하는 경우 모두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데, 이를 규제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질문이다. 회사와 개인을 혼동하는 것은 회사제도의 기초를 흔드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분할회사는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가질 수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제도와 동일하게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나라로 독일이 있다. 독일이 이를 규제하는 이유는 자사주가 분할재산에 포함되어 분할신설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는 결과가 되어 지분구조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특정목적에 의한 자사주 취득사유에 분할을 명시하고 있지 않아(상법 제341조의2) 원칙적으로 독일에서 우려하는 바가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하려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주주의 신주인수권은 우리 회사법제의 기초에 해당하는 제도 중의 하나로써,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 마법’을 막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분할회사의 자사주에 분할신설회사 주식 배정을 금지하는 것은 물적분할제도를 인정하는 것과 양립할 수 없다.
회사법제라는 유기체를 다루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서 국민경제의 활력을 훼손하는 자기파멸적 결과를 가지고 오지 않기 위해서 제도정합성을 갖추면서 법개정으로 발생하는 효과도 같이 분석한 뒤에 입법이 되어도 결코 늦지 않다.
최승재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연구원장)